미사일·드론 장거리화에 안전거리·탄착구역 확보도 어려워져
국내 시설은 확충·현대화…장거리 시험은 해외 거점 활용 ‘투트랙’

K-방산의 외형이 가파르게 팽창한 반면, 이를 뒤받침 할 국내 시험평가 인프라는 성장의 발목을 잡는 ‘병목구간’으로 전락하고 있다. 기존 시험장은 폭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과포화 상태에 직면했고, 무기체계의 장거리·고성능화 추세는 더욱 넓고 전문화된 시험 공간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국내 핵심 시설의 현대화와 해외 거점 확보를 동시에 쥐는 ‘투트랙 전략’ 검토에 착수했다.
1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산 기업들은 무기 개발 과정에서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군이 보유한 시험시설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시제품 제작 이후 거쳐야 하는 개발시험(DT)과 운용시험(OT)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될 때마다 설계를 수정해 재검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기관별로 수행 가능한 시험 영역이 제각각이어서 군부대 협조와 일정 조율은 필수 코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발시험은 지방 외곽에서, 운용시험은 또 다른 군부대에서 진행하는 식”이라며 “전국을 순회하며 여기저기 시험장을 빌려 전전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토로했다.
개발 거점과 시험장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다는 점도 현장의 고질적인 부담이다. 방산 전문가는 “강원도 깊은 산속 시험장에 들어가면 며칠씩 숙식하며 매달려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며 “현장 체류 시간이 길어지면서 실무 직원들의 피로도가 임계치를 넘고 있고, 일부 기업에서는 잦은 장거리 출장으로 인한 이직률 상승까지 거론될 정도”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인근의 상시 시험시설 확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여기에 기존 시설의 만성적인 포화와 노후화는 시급한 해결 과제다. 충남 태안의 ADD 안흥종합시험장 등 주요 거점은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시설 사용 일정이 겹치기 일쑤여서 단 한 건의 일정 지연이 전체 개발 및 재시험 스케줄 전체에 연쇄 타격을 준다. 수십 년 전에 조성된 노후 설비가 적지 않아, 대규모 부지 확장과 함께 첨단 시험·지원 설비 전면 개보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무기체계의 대형화·장거리화는 공간 부족 문제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유도무기와 미사일 사거리가 수십~수백㎞ 수준으로 늘어나면서, 발사 지점뿐만 아니라 비행 경로와 탄착 구역 전체를 아우르는 방대한 안전 공간 확보가 필수적이다. 해상 시험의 경우 어선 통제와 해상 안전 확보 등 난관이 따른다. 여기에 드론, 전자전, 레이저 등 전자기장 기반의 첨단 무기체계가 다변화되면서 분야별 전문 시험시설 수요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 신규 시험장을 건립하기란 출발부터 가시밭길이다. 막대한 부지 매입 비용과 안전구역 설정 비용은 둘째치더라도, 소음·폭발·전자파 등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거센 민원과 까다로운 지자체 인허가 장벽이 매우 높다.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기존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여러 기업이 공유·활용하는 공공 인프라 모델 도입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방산업계 고위 관계자는 “무기체계의 사거리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약적으로 늘어난 반면, 우리가 시험할 수 있는 국토와 해상 영토는 여전히 협소하기만 하다”며 “과거의 관행적인 방식에만 머물러서는 폭증하는 첨단 무기 시험 수요를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분수령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