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팔던 현대차, 로봇까지 만든다⋯정의선의 ‘피지컬 AI’ 승부 [성장의 6년, 전환의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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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넘어 AI·로봇 중심 사업 재편 가속
아틀라스 2028년 美 공장 투입…2030년 조립까지
로봇 연 3만 대 생산체제 구축…상용화 시동
엔비디아·구글 협업으로 AI 기술 경쟁력 강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6년 만에 자동차 제조업을 넘어 피지컬 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데 이어 AI와 로보틱스를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특히 올해는 미래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단계를 넘어 휴머노이드 로봇의 학습과 양산 체계 구축 계획을 구체화했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에서 로봇을 만들고 AI로 제조 현장을 혁신하는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올해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I 서밋에서 현대차그룹의 피지컬 AI 비전을 직접 제시했다. 자동차와 로봇 등 개별 기기의 지능화를 시작으로 AI 팩토리와 같은 생산 공간의 지능화를 거쳐 도시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통합 지능화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경쟁력과 로봇 기술을 결합해 피지컬 AI 생태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현대차그룹이 2021년 인수한 미국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있다. 정 회장은 취임 초기부터 로보틱스를 미래 사업의 핵심 축으로 낙점하고 관련 투자를 확대해왔다. 당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였던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이제 현대차그룹의 AI 로보틱스 사업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성과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상용화 추진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를 공개했다. 사람처럼 이동하고 물체를 조작하는 능력을 바탕으로 기존 산업용 로봇이 수행하기 어려웠던 복잡한 제조 작업까지 담당하는 것이 목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부품을 생산 순서에 맞춰 분류·배치하는 서열 작업을 맡기고 2030년부터는 부품 조립 공정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한다. 2029년 하반기에는 기아 조지아 공장에도 아틀라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미국에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로봇의 실제 제조 현장 투입을 위한 준비도 구체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마련하고 아틀라스의 제조 작업 학습과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공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부품 서열 작업과 자재 이동 등을 반복 수행하며 작업 정확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브라질공장 임직원들과 차량 품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로봇 사업에서 가진 차별화된 경쟁력은 대규모 제조 기반이다.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생산시설은 로봇 기술을 검증할 실증 무대인 동시에 초기 수요처가 될 수 있다. 현대모비스는 로봇 구동 부품 개발에 참여하고 현대글로비스는 물류 운영 역량을 제공한다. 현대오토에버의 소프트웨어 기술까지 결합해 로봇 개발부터 부품 공급, 양산, 운영까지 그룹 내부에서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AI 연산 인프라 및 디지털 트윈 기술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공장을 가상공간에 구현해 생산공정을 검증하고 로봇의 학습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구글 딥마인드와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용 AI 모델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제조 역량에 글로벌 AI 기업의 기술력을 결합해 로봇 상용화 속도를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오토모티브 뉴스 ‘100주년 기념상’ 수상자로 선정됐을 때 “혁신은 인류를 지향해야 하며 진정한 진보는 사람의 삶을 향상시킬 때 의미가 있다”면서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창의적이고 지속가능한 고객중심의 설루션을 통해 인류의 풍요로운 삶과 지구를 위한 혁신의 여정을 멈추지 않겠다”고 지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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