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결제 부담 줄면 IB·증권사 자산 선별·상품 설계에 집중
D3, 도메인 토큰화 추진…한국 규정 준수·실사용 기회 주목

마이클 호(Michael Ho) D3 공동창업자 겸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가 가져올 금융산업의 변화를 이같이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샌프란시스코 사무소에서 인터넷·소프트웨어·핀테크 분야의 고성장 기업을 담당한 그는 자산 유통과 금융기관의 역할을 토큰화가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인터넷 주소인 도메인을 블록체인에서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전환하는 미국 스타트업 D3를 공동 창업했다.
호 CBO는 현재 RWA 시장을 초기 단계로 진단했다. 기관의 관심은 스테이블코인과 국채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집중됐지만, 토큰화의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거래가 어려웠던 비금융자산에서도 새로운 상품과 시장이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가 꼽은 토큰화의 첫 번째 가치는 유통 확대다. 자산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하도록 하면 기존 유통망을 넘어 세계 각지의 이용자에게 연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주식의 토큰화를 사례로 들며 “상품을 전 세계 누구나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유통이 중요한 가치”라고 전했다.
두 번째는 자산을 다른 서비스와 결합하는 기능이다. 블록체인에서 소유 관계를 표현하고 이전할 수 있게 되면 기존 자산을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같은 자산이라도 어떤 방식으로 보유하고 사용하는지에 따라 시장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구상이다.
호 CBO는 “스테이블코인에서 일부 활용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시장의 기회는 훨씬 크다”며 “비유동성 자산에서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시장을 만들 수 있어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래가 활발한 자산의 처리 절차를 개선하는 동시에 거래하기 어려운 자산에도 새로운 접근 경로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큰화는 투자은행(IB)과 증권사의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봤다. 기업과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고 투자자를 연결하는 기존 역량은 토큰화 시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통·결제 부담이 줄면 금융기관은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업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호 CBO는 “토큰화는 유통 문제를 해결하고 비용과 거래·결제 과정의 마찰을 줄인다”며 “기관과 중개업자들은 좋은 자산을 고르고 실사하며 적절한 상품 구조를 설계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 인프라의 변화가 자산 평가와 상품 구성 등 금융기관의 업무 변화로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다만 토큰 발행이나 분할 소유 자체가 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도메인을 쪼개면 매수자와 거래가 자동으로 생기느냐는 질문에는 분할 자체가 가치를 만들지는 않는다고 답했다. 여러 구매자가 참여해 수요를 확인하고 가격을 형성하며 새로운 활용 기능을 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토큰화는 수단이지 최종 목표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이를 통해 새로운 상품과 경험, 이용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을 블록체인에 올리는 기술과 이를 활용해 시장을 만드는 사업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D3는 이러한 구상을 도메인 시장에 적용한다. 호 CBO는 도메인 재판매 거래의 약 80%가 비공개로 이뤄진다며 중개인과 수작업에 의존하는 절차와 신뢰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 사용되는 자산의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자산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D3는 지난해 1월 패러다임 주도로 2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또한, 도메인을 다양한 금융상품에 활용하도록 거래 기반도 구축한다. 핵심 기술인 ‘도마(Doma) 프로토콜’은 도메인 등록업체와 연계해 소유 관계를 확인·추적하고, 토큰 거래를 실제 도메인의 소유·사용 권리와 연결한다. 이를 바탕으로 분할 소유와 담보대출, 여러 도메인을 묶은 포트폴리오의 토큰 거래 등을 지원한다.
호 CBO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로봇의 확산도 도메인 수요를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람은 읽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을 선호하지만 에이전트는 숫자·문자 조합도 활용할 수 있어, 기존 고가 도메인과는 다른 형태의 주소 수요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D3는 기존 도메인의 거래 개선과 함께 새로 등장할 도메인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사업도 추진한다. 신규 프로그램 ‘프런티어(Frontier)’는 이용자가 외부 예치 서비스에 자산을 맡겨 쌓은 포인트를 향후 신규 도메인 등록 우선순위에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한국의 규제 준수 기조와 기술산업의 적극성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호 CBO는 “한국은 규정 준수를 중시하며 기술산업도 적극적”이라며 “규정을 준수하는 RWA를 도입할 기회가 크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