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글 데이터는 이미 MTS 적용…크리서스와 지갑·토큰화 협력 추진 디지털에셋 투자로 캔톤 생태계 합류…두나무 지분 확대·사업 시너지 모색 시큐리타이즈는 재무적 투자 성격…투자와 실제 사업 연계는 별개

2026년 들어 한화의 디지털자산 투자와 협력 범위는 데이터와 지갑, 기관용 블록체인 네트워크, 거래, 토큰화 영역으로 빠르게 넓어졌다. 한화투자증권을 중심으로 쟁글과 크리서스, 디지털에셋, 두나무에 대한 투자와 협력이 이어졌고, 한화 계열 투자 주체들은 시큐리타이즈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각 기업의 사업 영역만 놓고 보면 디지털자산의 정보 제공부터 보관, 토큰화, 거래, 기관 금융 네트워크까지 상당 부분을 아우른다. 한화투자증권이 구축 중인 디지털자산 플랫폼(DAP)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투자했다는 사실과 각 기업의 기술이 실제 한화의 금융 서비스 안에서 연결됐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부는 이미 서비스에 적용됐고, 일부는 전략적 투자와 기술 협력 단계이며, 재무적 투자에 그친 사례도 있다.
한화가 모은 블록체인 퍼즐은 현재 어디까지 맞춰졌을까.
가장 먼저 실제 서비스 연결이 확인되는 곳은 쟁글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올해 1월 쟁글 운영사 크로스앵글에 100억 원을 전략 투자했다. 이에 앞서 양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기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디지털자산 데이터·리서치 협력과 글로벌 사업 인프라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협력은 약 4개월 뒤 한화투자증권의 고객 서비스에도 반영됐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5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편하면서 쟁글과 연계한 ‘디지털자산 홈’을 신설했다. 투자자는 해당 서비스를 통해 가상자산 시세와 뉴스, 리서치 자료를 확인하고 관심 종목을 기존 주식과 함께 관리할 수 있다.
한화가 투자한 디지털자산 기업의 데이터가 기존 금융 서비스에 실제 적용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현재 제공되는 기능은 디지털자산 정보 조회와 관리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직접 매매하거나 온체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서비스와는 구분된다.
디지털자산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영역에서는 미국 웹3 인프라 기업 크리서스(Kresus)가 등장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아부다비 파이낸스 위크에서 크리서스와 디지털자산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2월 약 180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완료했다.
크리서스는 복잡한 암호 구문을 사용자가 직접 보관하지 않아도 지갑을 복구할 수 있는 시드리스(Seedless) 기술과 다자간 계산(MPC) 기반 보안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제공할 수 있는 디지털 지갑과 토큰화 인프라도 주요 사업 영역이다.
한화투자증권은 크리서스의 지갑 보안 기술과 토큰화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 대상 디지털자산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기존 금융상품과 연계한 RWA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쟁글이 정보와 데이터 영역에서 이미 실제 서비스와 연결됐다면, 크리서스는 지갑·보관·토큰화 분야에서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단계다.
다만 크리서스의 기술이 현재 한화투자증권의 특정 서비스에 어느 범위까지 적용됐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데이터와 지갑에 이어 한화가 확보한 또 다른 영역은 금융기관 간 자산과 정보를 연결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4월 미국 디지털에셋(Digital Asset Holdings)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7월 약 300억 원의 전략적 투자를 완료했다.
디지털에셋은 금융기관용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캔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의 핵심 개발사다. 캔톤은 서로 다른 금융 시스템에서 관리되는 자산과 데이터를 연결하면서도 거래 당사자의 정보 보호와 금융기관의 규제 준수 요구를 고려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투자 당시 캔톤 네트워크 생태계 참여와 글로벌 금융기관과의 협력 기반 구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손종민 한화투자증권 미래전략실 전무도 캔톤 네트워크가 회사의 디지털자산 플랫폼 고도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는 캔톤 네트워크를 활용한 구체적인 금융상품이나 서비스가 이미 출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로서는 전략적 투자와 생태계 참여를 통해 향후 글로벌 금융기관과 연결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확보하는 단계에 가깝다.
국내에서는 두나무가 또 다른 연결고리다.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두나무에 583억 원을 처음 투자한 데 이어 올해 5월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지분 3.90%를 약 5978억 원에 추가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거래가 완료되면 지분율은 기존 5.94%에서 9.84%로 확대된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로 거래 인프라와 가상자산 서비스 운영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추가 투자 당시 향후 가상자산 거래소가 단순한 거래 중개를 넘어 수탁·정산·기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복합 금융 인프라 사업자로 발전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회사 역시 DAP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인프라와 RWA 거래 서비스 등에서 두나무와 사업 시너지를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지분 확대와 구체적인 공동 서비스 개발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 두나무의 거래 인프라가 DAP에 직접 연결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화의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할 곳은 미국 토큰화 인프라 기업 시큐리타이즈(Securitize)다. 시큐리타이즈는 주식과 채권, 펀드 등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발행·관리·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이다. 블랙록의 토큰화 미국 국채 펀드 비들(BUIDL)의 발행·운영을 지원한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 7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한화 관련 투자 주체들이 시큐리타이즈 지분을 합산 9.6% 보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화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 한화 라이프스타일 프라이빗펀드2가 5.90%, 싱가포르 투자법인 H Foundation이 3.10%, 한화투자증권이 0.61%를 각각 보유한 구조다.
이는 한화의 디지털자산 투자가 한화투자증권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룹 내 여러 투자 주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시큐리타이즈가 보유한 자산 발행·토큰화 기술은 한화가 지향하는 RWA 사업과 분야상 맞닿아 있다.
다만 투자와 실제 사업 연계는 구분해야 한다. 한화투자증권은 시큐리타이즈 투자와 관련해 각 투자 주체가 서로 다른 투자 라운드에서 독립적으로 판단해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의 투자 역시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성격의 재무적 투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RWA 사업에서 활용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현재 시점에서 시큐리타이즈의 기술이 DAP나 한화의 RWA 상품에 직접 적용될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화가 확보한 투자·협력 자산을 기능별로 보면 쟁글은 데이터·리서치, 크리서스는 지갑·토큰화, 디지털에셋은 기관용 블록체인 네트워크, 두나무는 거래 인프라·가상자산 서비스, 시큐리타이즈는 자산 발행·토큰화 영역을 각각 채우고 있다. 사업 영역만 놓고 보면 디지털금융 밸류체인의 상당 부분을 아우르는 구성이다.
하지만 현재 연결 수준은 제각각이다. 쟁글은 이미 한화투자증권 MTS에 적용됐지만, 크리서스와 디지털에셋은 기술 협력을 추진하는 단계이고 두나무는 지분 확대를 바탕으로 사업 시너지를 모색하고 있다. 시큐리타이즈는 재무적 투자 성격이 우선한다.
결국 한화가 모은 블록체인 퍼즐의 조각은 상당 부분 갖춰졌다. 이제 관건은 이들을 단순한 투자 포트폴리오에 머물게 하지 않고, 한화투자증권이 구축 중인 DAP 안에서 실제 금융 서비스와 인프라로 얼마나 연결할 수 있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