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홍대, 호텔·메디컬 등 ‘다음 쓰임’ 따라 몸값 달라져
판교 테크원 SI 유치…기관 복귀·외국계는 밸류애드 집중

최주상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코리아 캐피탈마켓그룹 총괄 본부장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투자 기회를 이같이 진단했다. 부동산의 입지와 현재 임대수익뿐 아니라 리뉴얼이나 용도전환, 운영 개선으로 추가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지가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최 본부장은 국내 상업용 부동산 매입·매각 자문을 총괄한다. 오피스와 호텔, 리테일, 물류, 데이터센터 등을 두루 다뤘으며 최근에는 명동·홍대 등 핵심 상권의 하이스트리트(대로변 중심 상업시설) 거래를 잇달아 맡았다.
올해 9월 매각을 마친 서울 명동의 청휘빌딩이 대표적이다. 연면적 약 1798평 규모로 상층부에는 ‘소테츠 프레사 인 서울 명동’이 장기 임차하고 저층부에는 K뷰티 브랜드가 입점한 호텔·리테일 복합자산이다. 높은 희망가격에도 다섯 곳이 입찰에 참여했다. 안정적인 호텔 임대수익과 리테일 성장 가능성, 향후 활용도가 함께 평가받았다.
올해 7월 30일 거래를 마친 케이스퀘어 홍대도 비슷하다. 홍대입구역 인근 지하 3층~지상 12층, 연면적 약 3372평 규모로 코람코자산운용·파라다이스그룹 컨소시엄이 약 1500억원에 인수했다. 매각 과정에서 호텔·메디컬 전환과 재개발 등 서로 다른 사업 계획이 경쟁했고 최종 매수자는 철거 후 호텔 중심 재개발을 택했다.
최 본부장은 이를 ‘가변성’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시장 상황이 바뀌었을 때 다른 사업 계획으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이라며 “가변성이 높은 자산은 매수자 풀이 넓어지고 엑시트(투자금 회수) 경로도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투자 기회는 하이스트리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심권역(CBD)에서는 입지가 좋지만 노후화된 오피스를 리뉴얼해 임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을 주목했다. 성수에서는 기업과 브랜드 수요가 동시에 커지면서 우량 오피스의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봤다. 데이터센터와 일부 물류 자산도 운영 전문성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선별적인 기회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 본부장은 “좋은 입지니까 결국 가격이 오른다는 식의 단순한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며 “시장 전체가 올라 수익을 내기보다 자산을 잘 고르고 사업계획과 자본구조를 설계해 수익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매각자문의 원칙도 같다. 부동산을 많이 사는 투자자가 아니라 해당 자산을 ‘가장 비싸게 평가할 이유가 있는 매수자’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 사례는 판교 테크원타워다. 지난해 9월 25일 약 2조원에 거래를 마친 테크원타워는 판교역과 연결된 연면적 약 6만평 규모의 대형 오피스다. 카카오뱅크와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컨소시엄이 인수하며 국내 오피스 거래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익숙한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해 거래를 종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 본부장은 이런 SI의 시장 주도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FI는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재무적 투자자를, SI는 사옥 활용 등 사업적 목적을 함께 가진 전략적 투자자를 뜻한다.

최 본부장은 올해 시장을 ‘회복 이후의 선별 시장’으로 평가했다. 쿠시먼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약 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감소했다. 다만 투자심리는 거래액보다 적극적이라는 설명이다.
국내 기관투자가는 지난해 국민연금의 블라인드펀드(투자처를 정하지 않은 펀드) 출자를 계기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다시 자금을 배분했다. 코어뿐 아니라 밸류애드와 개발 전략까지 투자 범위가 넓어졌다.
외국계 자금은 코어 자산을 장기 보유하기보다 환율과 가격 조정, 리포지셔닝을 활용한 밸류애드 전략에 무게를 뒀다. 호텔과 물류에서는 참여가 늘었고 서울 오피스는 가격 경쟁력이 있거나 가치를 높일 뚜렷한 계기가 있는 거래에 관심이 집중됐다.
최 본부장은 “안정적인 프라임 오피스는 국내 기관과 코어 자금이 경쟁력이 있고, 대형 면적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자산은 SI나 사옥 수요자가 더 높은 가격을 설명할 수 있다”며 “호텔이나 물류, 리포지셔닝 자산은 외국계 자금이 적극적이다”라고 말했다.
쿠시먼이 자문을 맡은 주요 거래도 연말까지 이어진다. 광화문 케이트윈타워는 연면적 약 2만5417평 규모의 프라임 오피스로 이지스자산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거래 규모는 1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며 10월 말 종결이 목표다.
명동 타임워크명동도 연말·연초 거래 종결을 목표로 매각 절차를 밟는다. 연면적 약 3만7000㎡ 규모로 골드만삭스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5350억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최 본부장은 “향후 시장은 환경보다 내재가치가 중요한 시장”이라며 “자산을 잘 고르고 사업계획을 바꾸고 자본구조를 설계해 수익을 만드는 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