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위축”…소아응급실 압수수색에 의료계 반발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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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압수수색이 꼭 필요했는지 답해야”
의대 교수협,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건 이후 제도개선 의문
전공의들 “응급·중증 진료할수록 더 큰 사법적 위험 감수”
정은경 장관 “의료계 입장 반영한 수사 가이드라인 만들 것”

(연합뉴스)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가 청색증 환아의 사망으로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사건과 관련해 의료계 각 단체의 반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업무 과중과 사법 리스크로 의료진들이 응급실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각 의사 단체들은 응급실 강제수사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무리한 조치라며 비판에 나섰다. 환자가 사망하기 전 의료진의 처치가 적절히 진행됐는지는 의학적 검토로 가려야 하는 사안이며, 진료 중인 응급실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 의료진의 의료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 의료계 전반의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응급실 압수수색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당시 센터에는 경련으로 실려 온 생후 6개월 영아를 비롯해 치료 중인 환아들이 있었고, 경찰이 진료용 컴퓨터로 자료를 확인하는 동안 의료진은 자리를 옮겨 업무를 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의협은 경찰이 절차에 따라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음에도 압수수색을 진행한 이유에 의문을 표했다. 의협은 “의료법은 의료기관이 형사소송법의 임의제출 절차로 수사기관에 진료기록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며 “전자의무기록은 추가 기재 또는 수정이 있는 경우 접속 기록을 별도 보관하도록 되어 있어 수정 이력이 그대로 남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장을 언제, 어떻게 집행할지는 수사기관이 정한다. 경찰은 왜 하필 진료 중인 응급실이었는지, 압수수색이 꼭 필요했는지 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의료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사건의 진상 규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앞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뒤 교수 3명과 전공의 1명, 간호사 3명 등 총 7명의 의료진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1심과 항소심에 이어 2022년 12월 대법원에서도 의료진 모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장기간의 형사절차에도 유가족이 원했던 진상 규명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의료계에서는 신생아 치료 관련 업무를 선호하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사건 이후 의료사고 수사의 방식과 형사사법 개입의 기준에 대해 수사기관 차원의 충분한 성찰과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후쿠시마현립 오노병원 사건에서 산부인과 의사를 체포·기소했다가 무죄가 확정된 뒤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소추와 수사를 겸억(謙抑)적이고 신중하게 해야 하며 의료현장을 불필요하게 위축시켜서는 안 된다’라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라며 “한국 의료사건 조사와 수사체계도 이제 변화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협의회는 “환자 사망사건에서 의료행위의 적정성과 사망 원인에 대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의학적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조사와 환자안전 체계를 통해 사망 원인과 진료 과정의 적정성을 우선적으로 규명하고, 그 조사 결과가 필요한 법적 책임을 판단하는 과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라며 “응급실·중환자실·수술실 등 생명과 직결되는 진료공간에 대한 직접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의 최후수단으로 운용하라”라고 요구했다.

전공의 단체는 이번 사태로 의사들의 응급실 근무를 더욱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의료행위의 결과가 나쁘면 곧바로 형사 수사로 이어지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라며 “의료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내린 판단 하나하나를 사후에 수사기관 앞에서 방어해야 하고, 특히 응급·중증 환자를 진료하는 의료진일수록 더 큰 사법적 위험을 감수한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정부는 ‘필수의료 살리기’를 말하지만, 최선을 다해 중증환자를 진료한 의료진에게 돌아오는 것이 형사고발과 압수수색이라면, 누가 소아응급실과 중환자실, 수술실을 지키겠는가”라며 경찰과 법원을 향해 “이번 압수수색 영장의 신청·발부·집행 과정에서 환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고려했는지 명확히 밝혀라”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은 지난 7월 소아응급센터에서 청색증으로 치료받던 중 사망한 생후 4개월 영아의 유족이 의료진을 고소하면서 수사 과정에서 진행됐다.

이날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해당 사건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찰청과 실무회의를 했고, 수사나 압수수색에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의료계 입장을 반영해서 만들도록 합의해서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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