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2011년 파나소닉 꺾고 세계 1위 생산업체 올라
닛산·테슬라 불붙인 전기차 대중화…내수 업은 中 장악

스마트폰부터 전기차, 데이터센터, 로봇까지 두루 쓰이는 리튬이온배터리는 21세기를 대표하는 기술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이 기술의 출발은 뜻밖에도 '오일쇼크'였다.
10일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이온배터리 연구는 1973~1974년 1차 오일쇼크 직후 시작됐다. 유가가 치솟자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았던 미국·유럽·일본의 공공 연구기관이 수입 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연구에 나섰다. 초기 목표는 교통을 전기화하고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저장하는 것이었다.
첫 상업적 성공은 자동차가 아닌 전자제품에서 나왔다. 일본 전자업체들은 작고 가벼우면서 충전해 다시 쓸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해 1986년 시제품 특허를 냈고 1991년 첫 상용 제품을 내놨다.
2000년대 초 스마트폰 수요가 늘어나면서 국내 기업도 배터리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은 더 얇고 유연한 배터리 설계를 앞세웠고, 삼성은 2011년 파나소닉을 제치고 세계 최대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업체에 올랐다. 2000~2010년 세계 배터리 수요는 10배 이상 늘었고 셀 평균 가격은 약 80% 떨어졌다.
전기차는 이보다 먼저 리튬이온배터리를 적용했지만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닛산은 1996년 세계 최초 리튬이온 전기차 '프레리 조이'를 시제품으로 선보였고 1998년 '알트라'를 양산했다. 그러나 높은 가격과 짧은 주행거리가 발목을 잡았다.
이후 2008년 테슬라가 고성능 전기차 로드스터를 출시했고, 2010년 나온 닛산 리프는 전기차 최초로 누적 판매 10만대를 넘기며 전기차 대중화의 발판을 놓았다. 2025년 기준 세계 배터리 수요는 2000년의 약 1000배로 커졌다.
후발주자였던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지렛대 삼아 산업을 키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전기버스 시범사업, 2009년 '10개 도시 1000대 차량' 프로그램으로 공공 수요를 먼저 만들었고 2013년 소비자 보조금, 2014년 취득세 면제를 잇달아 도입했다.
2013년 2만대에 못 미쳤던 중국 전기차 판매량은 2016년 30만대를 넘겼고, 같은 해 중국 내 배터리 제조사는 217곳까지 불어났다. 현재 중국은 세계 전기차 생산의 70% 이상,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의 85%를 차지하며 상위 2개 업체만으로 세계 생산량의 절반을 넘긴다.
IEA는 전 세계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가 1500억달러(약 210조원)를 넘어섰고, 2023년 기준 배터리 관련 특허가 전 세계 에너지 특허의 40%에 달해 단일 에너지 기술로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IEA는 "배터리가 운송 및 전력 시스템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 로봇, 드론 등 전기 시대의 다양한 전략적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필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며 "배터리 부문의 현재 비용, 기술 및 제조 격차를 해소하는 데는 시간과 지속적인 투자, 그리고 장기적인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