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교수의 ‘AI 시대 강점기반 경영’①

〈연재 순서〉
① AI 시대, 경영의 해답은 '사람의 강점'에 있다
② 끊임없는 격변, '미래지향적 스마트 기업'의 조건
③ 사람과 생태계, AI 시대 새로운 가치의 원천
④ 낙관과 두려움 사이, AI의 방향은 경영이 정한다
경영은 아마도 인류의 가장 놀라운 혁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자원을 확보하고, 협업하고, 실행한 뒤, 그 결과를 피드백하며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을 터득해 왔다.
이러한 창의성은 농업, 산업, 정보, 디지털, 그리고 이제는 인공지능(AI)에 이르는 다양한 사회경제적 혁명을 이끌어 왔다. 이 거대한 혁명의 주기를 거치는 동안 경영의 본질 또한 진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급변하는 환경이 그 진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에도 오랫동안 제품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영 노력은 인적 자원을 포함한 생산 전반의 기계화와 표준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되었다. 프레더릭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론, 앙리 페이욜의 일반관리론, 막스 베버의 관료제론, 그리고 행동과학(Elton Mayo, Abraham Maslow, Douglas McGregor, Frederick Herzberg 등)의 등장은 생산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대변한다. 이 시기를 전후해 경영과학, 운영연구(OR), 시스템 이론, 상황적합 이론 등은 여러 나라의 공동 노력으로 발전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급이 수요를 앞지르면서, 새로운 시장 환경은 경영의 초점을 고객 중심으로 극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기업은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여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동적 역량, 마케팅 조사, 품질경영, 서비스 지배 논리, 고객관계관리(CRM), 비즈니스 모델 등의 개념과 기법을 발전시키기 시작하였다.
한편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진정한 의미의 글로벌 경제 시대를 열었다. 효율성 추구의 무대도 세계로 넓어져 글로벌 공급망, 해외 파트너와의 전략적 제휴, 오프쇼어링, 아웃소싱, 해외직접투자 같은 전략이 확산되었다.
이와 동시에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모바일 ICT, GPS, 인공지능(AI), 기계학습,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기반 앰비언트 컴퓨팅,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블록체인, 자율 시스템, 3D 프린팅, 메타버스, 스마트 시스템 등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디지털 시대를 열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을 활용하기 위해 ‘인더스트리 4.0’과 ‘인더스트리 5.0’이 제안되고 실행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경영의 복잡성이 가중된 가운데, 외부 환경에서는 더 심각한 격변이 일어났다. 자연재해와 보건·기후 위기(예: 코로나19 팬데믹, 지구온난화의 광범위한 영향, 지진과 화산 폭발 등), 그리고 인간이 초래한 인위적 혼란(예: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사태, 이란 전쟁, 무역 전쟁, 지정학적 긴장 등)은 가뜩이나 불안정한 경영 환경을 더욱 복합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급격한 변화가 이어지는 이 혼란스러운 환경 속에서, AI의 눈부신 발전은 엄청난 기회와 예측할 수 없는 도전을 동반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지만 한 가지 위안이 있다면, 경영의 목표는 변함없이 ‘사람들의 웰빙(Well-being)을 위한 지속 가능한 혁신을 통해 스마트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환경이 아무리 불확실하더라도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사람들의 웰빙, 그리고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이다. 경영이 언제나 '인간 중심(Human-centered)'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필자는 약 15년 동안 갤럽(Gallup Organization)에서 시니어 연구자로서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 기간 동안 CEO인 도널드 클리프턴(Donald Clifton) 박사를 비롯해 최고경영진, 프로젝트 리더, 그리고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시니어 연구자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수없이 많았다. 클리프턴 박사는 네브래스카주립대학교에서 필자의 동료 교수였으며, 이후 기업 채용을 위한 인재 발굴을 전문으로 하는 그의 첫 벤처기업, 셀렉션 리서치 기관(Selection Research Institute)을 설립했다. 이 회사가 훗날 갤럽을 인수하면서 그는 갤럽을 이끌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갤럽을 여론조사 기관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갤럽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람들의 웰빙에 관한 연구다.
교육심리학자인 클리프턴 박사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잘 배우고, 학업 성취를 통해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에 늘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주제나 학문을 추구할 때 더 잘 배우고, 더 많은 성과를 내며,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서 그에게 중요한 질문이 떠올랐다. ‘사람들의 결점보다 장점을 연구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 그리고 그는 모든 사람이 저마다 관심 있고 잘하는 고유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어떤 사람은 매우 분석적이어서 숫자에 능하고, 사물 간의 복잡한 관계를 분석하는 것을 즐긴다. 어떤 사람은 매우 외향적이어서 낯선 사람과 수다를 떨거나 사소한 농담에 웃는 것을 즐긴다.
반면 어떤 사람은 진지하고 내향적이어서 조용한 곳에서 책을 읽거나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적는 것을 좋아한다. 뚜렷한 강점 없이 모든 일에 두루 균형을 이루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관계를 맺는 일보다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일에, 여러 일을 두루 살피기보다 한 가지에 집중하는 일에 더 능한 것처럼, 상대적으로 더 뛰어난 면이 있다.
예를 들어, 내향적인 사람을 영업사원으로 채용한다면, 그는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업무에 큰 불만을 느끼고 생산성도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외향적인 사람을 채용해 작은 사무실에서 회계 업무를 맡긴다면, 그 역시 큰 불만을 느끼고 업무 효율이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강점을 파악하고 그 재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직무에 배치하는 것이 경영의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클리프턴 박사는 2001년 마커스 버킹엄(Marcus Buckingham)과 공동 집필한 저서 『지금, 당신의 강점을 발견하라(Now, Discover Your Strengths)』를 출간했다. 이 책은 기업, 정부 기관, 대학, 사회 기관 전반에 걸쳐 '강점 기반 경영' 운동을 일으킨 선구적인 저술이었다. 2026년 기준으로 3700만 명이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클리프턴스트렝스®(CliftonStrengths®) 진단을 받았다.
필자도 이 책을 읽은 후 이 진단을 받아 보았다. 필자가 받은 상위 5가지 강점은 ‘최대화(Maximizer)’, ‘친밀한 관계(Relator)’, ‘배움(Learner)’, ‘성취(Achiever)’, ‘집중(Focus)’이었다. 모두 교수라는 직업에 잘 어울리는 강점이어서 무척 기뻤다.
갤럽은 직원 경험에 관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장기 연구인 「글로벌 직장 현황(State of the Global Workforce)」 보고서를 매년 발표한다.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직원 몰입도는 20%로 떨어졌다. 갤럽은 직원 몰입도를 다음 세 집단으로 분류한다.
△몰입(Engaged): 직장에 대한 심리적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인 참여와 열정을 바탕으로 활기차게 일하며, 우수한 성과와 혁신을 창출하는 사람들.
△비몰입(Not Engaged): 직장에 심리적으로 애착이 없으며, 생계를 위해 일할 뿐이고, 다른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
△적극적 비몰입(Actively Disengaged): 자신의 업무를 싫어하고, 외부인에게 직장에 대해 불평하며, 자주 병가를 내고, 동료들이 이룬 성과를 훼손하는 사람들.
2026년 갤럽 글로벌 직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직원의 20%는 ‘몰입’, 64%는 ‘비몰입’, 16%가 ‘적극적 비몰입’ 상태였다. 갤럽은 이러한 직원 몰입 위기로 인한 전 세계적 경제적 손실을 생산성 손실 기준 10조 달러로 추산한다.
직원 몰입도 악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개인의 강점과 직무 배치 간 불일치이다. 사람들은 어떤 업무를 맡든 강점을 발휘할 기회가 있으면 일을 즐길 뿐만 아니라 성과도 잘 내게 된다. 또한, 몰입도가 높은 직원들은 자신의 강점을 확장할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조직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인간 중심 경영에 바탕을 둔 미래지향적 기업을 만드는 첫걸음은 조직 내 몰입 직원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며, 그러면 비몰입 및 적극적 비몰입 직원의 비율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모든 구성원의 강점을 찾아내고, 그 강점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직무에 배치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