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 구도가 화질 중심에서 폼팩터 혁신과 AI 기반 인터페이스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폴더블·롤러블·스트레처블 등 화면 형태를 바꾸는 기술이 스마트폰과 TV를 넘어 차량·웨어러블·확장현실(XR)·로봇 등으로 적용 영역을 넓히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프리미엄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새로운 폼팩터의 양산 역량과 산업별 AI 대응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정KPMG는 7일 ‘폼팩터 혁신이 만드는 디스플레이 활용 전략’ 보고서를 발간하고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 구도 변화와 국내 기업의 미래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 기업은 OLED를 중심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의 기술 고도화로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단순히 화질을 개선하는 기존 경쟁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술과 사업모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미래 혁신을 이끄는 요소를 △화질 △폼팩터 △AI 인터페이스 등 3개 층으로 구분했다.
화질은 밝기와 색 표현력, 응답속도, 전력 효율 등을 높이는 디스플레이의 기본 경쟁력이다. 수십 년간 화질 개선을 중심으로 기술 경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가 변화를 쉽게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이 고도화됐지만, 화질은 여전히 폼팩터와 AI 인터페이스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라는 설명이다.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른 폼팩터는 디스플레이의 형태와 사용 방식을 바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는 영역이다. 커브드·폴더블·롤러블·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과 TV를 넘어 차량, 헬스케어 기기, 패션 제품, 휴머노이드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실제 국내 기업들도 폼팩터를 활용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LG디스플레이는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대형 TV에 적용하는 기술을 통해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이며 화면의 형태와 활용 공간을 확장하고 있다.
AI와 결합하면서 디스플레이의 역할도 단순한 ‘표시 장치’에서 ‘지능형 인터페이스’로 확대되고 있다. 웨어러블·XR·모빌리티·로봇 등에서는 디스플레이가 정보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 기기 조작과 사용자와의 상호작용까지 지원하는 핵심 장치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웨어러블 분야에서는 건강·알림 정보를 전달하고 기기를 조작하는 기능과 함께 신체와 의류에 밀착되는 제품의 디자인을 구현하는 역할이 중요해진다. 높은 밝기와 터치 기능, 가변형 설계 등이 주요 경쟁 요소로 꼽힌다.
XR·AR 분야에서는 몰입감 높은 콘텐츠를 구현하기 위한 고해상도와 빠른 응답속도뿐 아니라 현실 정보와 가상 정보를 결합하기 위한 투명성과 시인성이 요구된다. 스마트 글라스 등 착용형 기기의 확산을 위해 경량화와 저전력, 발열 관리 기술도 중요하다.
모빌리티에서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의 확산과 함께 디스플레이가 인포테인먼트와 주행 정보 전달, 차량 내 소프트웨어 조작을 지원하는 핵심 장치로 부상하고 있다. 차량 내부 공간에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는 커브드·롤러블 디스플레이와 외부 환경 변화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이 주요 경쟁 요소다.
로봇 분야에서는 디스플레이가 작업 상태와 이동 방향을 알려주는 기능을 넘어 표정과 상태 등 시각적 신호를 표시해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지원하는 역할로 확대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 글라스와 XR 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RGB 올레도스’를 공개했으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출시 예정 SUV ‘GV90’에 가변형 OLED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휴머노이드용 ‘P-OLED’를 선보이며 로봇 분야로 디스플레이 적용 영역을 늘리고 있다.
보고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이 ‘3+1 전략’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화질 분야에서는 RGB LED, QD-OLED, 탠덤 OLED 등 프리미엄 기술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해야 한다. 스마트폰·가전뿐 아니라 웨어러블·모빌리티 등 고사양 디스플레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화질은 새로운 경쟁축으로 대체되는 것이 아니라, 폼팩터와 AI 인터페이스 등 새로운 성장축 기반의 혁신을 구현하는 핵심 요소로서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폼팩터 분야에서는 기술 개발을 넘어 양산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폴더블·롤러블·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의 내구성·유연성·투과율을 높이는 동시에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생산체계를 구축해야 실제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AI 분야에서는 산업별 수요에 맞춘 맞춤형 디스플레이 공급 역량이 요구된다. 웨어러블·XR·모빌리티·로봇 등 각각의 사용 환경에 맞춰 정보 전달과 기기 조작, 사용자 교감을 지원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산업의 경쟁력 강화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디스플레이의 밝기와 전력 효율, 수명 등 핵심 성능을 좌우하는 소재·부품·장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주요 부품의 공급망 다변화와 품질 안정화를 추진하고, 특허 분쟁과 관세, 공급망 재편 등 대외 변수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소부장 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강인혜 삼정KPMG 테크산업리더 부대표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산업은 화질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은 OLED를 비롯한 프리미엄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다양한 폼팩터의 양산 역량과 AI 기반 산업별 솔루션 구축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