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증권은 최근 인공지능(AI) 업계에서 제기되는 ‘AI 속도조절론’을 실제 기술 발전 둔화의 신호라기보다 대규모 자금조달과 파트너십 확보를 위한 이해관계가 반영된 주장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7일 밝혔다.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 확산을 위해서는 통신망 고도화가 필수적인 만큼 통신장비 업종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도 유지했다.
이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상하는 AI 속도조절론은 고도의 마케팅에 가깝다”며 “AI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고 토큰 과금 외에 명확한 사업모델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지속적인 외부 자금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증권은 AI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는 업체와 반대하는 업체의 이해관계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속도조절론에 반대하는 대표 업체로 메타와 엔비디아를, 찬성하는 측에는 엔트로픽과 오픈AI 등을 꼽았다. 후자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거나 현재 수입보다 큰 규모의 자본지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자금조달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AI의 발전 속도와 기대수익이 낮아질 경우 자금 유입 자체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AI 기술의 효용과 상용화 속도를 상대적으로 강조할 유인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과거 AI 산업의 역사도 근거로 들었다. 초기 신경망인 퍼셉트론은 구조적 한계가 드러나며 자금 지원이 급감했고, 1980년대 전문가 시스템 역시 비용 문제로 투자 위축을 겪었다. 당시 LISP 기반 AI 컴퓨터 업체들도 잇달아 도산했다.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역시 1980년대 후반 전문가 시스템과 AI 로보틱스 관련 예산을 줄였고 1993년에는 전략적 컴퓨터 이니셔티브를 폐지했다. 대규모 AI 투자가 재개된 것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한 머신러닝 확산이 본격화된 2010년대 이후라는 설명이다.
하나증권은 AI 업체들이 자금뿐 아니라 사업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빠른 기술 발전 가능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과거 개인용컴퓨터(PC)는 케이블·통신사, 스마트폰은 이동통신사, GPU는 인터페이스 업체와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신기술이 실제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전달할 배급 파트너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AI 역시 장기적으로는 통신사가 핵심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규모언어모델(LLM)은 독립된 물리적 단말이 아니고 텍스트 중심 서비스여서 스마트폰 등장 당시처럼 데이터 사용량이나 신규 요금제를 크게 확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AI 산업이 기존 애플리케이션 마켓에 종속되지 않고 독자적인 수익구조를 확보하려면 결국 로봇과 자율주행 등 피지컬 AI로 확장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다만 피지컬 AI를 구현하려면 고도화된 통신망이 선행돼야 한다. 이 연구원은 “로봇이 네트워크 없이 독자적으로 고도의 판단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며 “피지컬 AI가 유의미한 수익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통신사와의 협력과 망 고도화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앤트로픽과 오픈AI가 이미 로보틱스 연구자를 채용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AI 산업의 초점이 통신 인프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하나증권은 AI가 실제 생산성과 경제 구조를 동시에 바꾸려면 단순한 LLM을 넘어 물리적 실체와 결합해야 한다고 봤다. 현재 LLM은 결과물 자체보다 사용량에 따라 과금되는 구조여서 생산 활동과의 직접적인 연결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반면 로봇·자율주행 등 피지컬 AI는 제조·물류·서비스 현장에 직접 투입되기 때문에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산업 구조까지 바꿀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초저지연·고신뢰 통신과 대규모 트래픽 처리를 위한 네트워크 투자가 필수적으로 뒤따를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이에 따라 RFHIC, KMW, 쏠리드, LIG아큐버, HFR, 오이솔루션 등을 주요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쏠리드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만원, RFHIC는 15만원, LIG아큐버는 8만원, KMW는 7만원을 유지했다. 이 밖에 아이씨티케이, 우리넷, RF머트리얼즈, 유비쿼스, 세나테크놀로지 등도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AI 속도조절론이 통용될 정도로 기술이 고도화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물리적 실체와 독립적인 경제구조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며 “오히려 피지컬 AI 확산 과정에서 망 고도화가 핵심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통신장비 업체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