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해제 거부에 ‘공급망 위험’ 지정
지난주까지 이란 군사작전 등에 활용
정보 플랫폼에 깊이 통합⋯교체에 시간 걸려

미국 국방부가 국가안보상 위험을 이유로 퇴출을 결정했던 앤스로픽의 AI 도구 사용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당초 제시한 사용 중단 시한을 한 달 이상 넘긴 것으로, 군 정보체계에 깊숙이 통합된 AI를 교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는 성명을 통해 앤스로픽 제품 사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앤스로픽 AI 도구의 전면 사용 중단 사실이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인 중단 시점과 일정이 늦어진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2월 27일 앤스로픽을 ‘국가안보상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고 6개월 안에 사용을 중단하도록 했다. 그러나 전직 국방 당국자와 방산업계 관계자 등은 지난주까지도 앤스로픽의 클로드가 연구와 정보 수집·분석,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에 활용됐다고 BBC에 전했다.
갈등은 국방부가 클로드의 안전장치를 해제하고 군이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앤스로픽은 대규모 감시와 자율무기 활용에 대한 우려를 들어 이를 거부했다. 이후 국방부는 통상 미국에 위협이 되는 국가의 기업에 적용하는 공급망 위험 지정을 내렸다. 앤스로픽은 “전례 없고 불법적인 조치”라며 지정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사용 중단이 지연된 배경으로는 클로드와 군 정보 플랫폼의 긴밀한 연계가 거론된다.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클로드는 팔란티어가 운영하는 국방부의 핵심 정보 플랫폼 ‘메이븐 스마트 시스템’에 통합돼 있었다.
군 분석관들은 메이븐을 통해 위성사진과 드론 영상 등을 수집·정리한 뒤 클로드 등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잠재적인 군사 표적을 식별했다. 지휘부에 보고하는 요약 자료 작성에도 AI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직 미 국방 당국자인 로런 칸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 선임연구원은 클로드가 메이븐에 깊이 통합된 만큼 신속하게 제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단 통합되고 나면 제거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울 수 있다”며 “앤스로픽 사례는 군 시스템의 AI를 손쉽게 교체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앤스로픽과 법적 공방을 벌이는 동안 구글ㆍxAIㆍ오픈AI 등과 계약을 체결했다. 국방부 내 AI 활용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최근 몇 달간 일부 군 부서에서 오픈AI 도구 사용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앤스로픽은 국방부의 사용 중단 발표에 대한 논평을 거절했다.
한편 백악관과 앤스로픽의 관계에는 해빙 조짐도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와 백악관에서 두 차례 만났다. 아모데이는 회동 뒤 “AI 위험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면서도 “대통령과 협력하면 안전하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아모데이를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