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에 540억불 내라" 트럼프 청구서⋯韓 '15% 관세' 방어막 흔들

기사 듣기
00:00 / 00:00

팩트시트엔 '조건부 검토'뿐인데…트럼프, 11월 중간선거 겨냥 투자 기정사실화
김정관 장관 "합의문에 상한선 명시 못해…사업 접으면 관세 보복 가능" 인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포함한 한국 대미 투자 사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연합뉴스

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 투자를 통해 '관세 상한선 15%'를 확보했다고 평가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한미 양국 간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측이 상업성 부족을 이유로 검토해 추진하기로 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 투자를 기정사실화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관세 상한선 15% 미명시 및 투자 철수 시 보복 조항 등 구조적 한계가 확인되면서다.

우리 정부가 관세 방어막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성 확보가 불투명한 사업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5일 외신 및 통상당국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 발표를 통해 한국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540억달러(약 7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고 일방적으로 공식화했다.

나아가 3일(현지시간)에는 "한국이 합의하지 않으면 비용을 두 배로 청구하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등 전방위적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남부 해안으로 끌어와 수출하는 이 초대형 인프라 사업은 막대한 건설비와 낮은 경제성 탓에 수십 년간 표류해 왔다.

한국 정부 역시 "상업적 합리성이 떨어진다"며 투자에 명확히 선을 그어온 사안이다. 실제로 양국이 1일(한국시간) 발표한 대미 전략투자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에도 이 사업에 대해 "전략적 투자 양해각서에 따른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의 충족을 조건으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명시돼 있을 뿐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확정 여부는 담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이처럼 무리한 강행에 나선 것은 올해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접전 지역인 알래스카에서 일자리 창출 등 정치적 성과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철저히 경제적 타당성을 배제한 채 미국의 정치적 셈법만을 앞세운 전형적인 압박 전술인 셈이다.

이번 사태로 정부가 대미 투자의 최대 성과로 내세웠던 '15% 관세 상한선'의 법적 한계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백브리핑에서 "미국 측이 관세율을 15%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면서도 "대미 투자 프로젝트 합의문에 관세 상한선을 직접 명문화하지는 못했다"고 인정했다.

미국은 올해 7월 무역법 301조 강제노동 관련 조사 조치를 근거로 한국산 제품에 이미 12.5%의 관세를 적용했다. 여기에 조만간 발표가 예정된 ‘글로벌 과잉생산(철강·화학·배터리 등)’ 조사 결과에 따라 10% 안팎의 추가 관세가 더해질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어떤 명목의 관세가 붙더라도 최종 실효 관세율은 양국 합의선인 '15% 이내(단일 캡)'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미국이 무역법 301조 등을 무기로 언제든 관세율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는 비대칭적 구조 속에서 법적 구속력 없는 '구두 약속'이 수익성 없는 사업의 비용을 떠넘기는 지렛대로 악용될 수 있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합의 구조상 한국이 상업성을 이유로 중간에 사업에서 손을 뗄 경우 미국이 보복 조치를 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장관 역시 "사업성이 떨어지면 돈을 안 대고 (철수하고) 나와야 하지만 문제는 양해각서(MOU)상 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미국이 관세를 올리는 등 보복하게 돼 있다는 점"이라고 시인한 바 있다.

결국 막대한 자금을 한국이 전액 부담하면서도 사업성 악화에 따른 관세 보복을 회피하기 위해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은 후속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통상 전문가는 "후속 세부 협상에서는 경제성 미달로 사업을 접더라도 추가 관세 등 보복 조치가 따르지 않도록 실질적인 안전장치를 합의문에 반드시 못 박아야 한다"며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은 투자를 무리하게 강행할 경우 막대한 국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