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키 맞추기’의 씁쓸한 단면 [노트북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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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도 전용면적 59㎡ 아파트를 사려면 내 돈 5억원은 있어야 할 거예요.”

최근 만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에서 실수요자가 살 만한 집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강남도, ‘마용성(마포·용산·성동)’도 아닌 서울 외곽 얘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적은 자금으로 내 집 마련을 노려볼 수 있었던 지역마저 이제 수억원의 자금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 외곽의 집값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해 강남3구와 마용성 등 선호지역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노원·도봉·강북구를 비롯해 성북·중랑·동대문구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지역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 자치구 가운데 성북구 아파트값은 누적 14.87% 올라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노원(11.51%)와 강북(10.08%), 도봉(9.17%) 등 이른바 ‘노·도·강’도 두 자릿수 안팎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동대문(11.42%), 중랑(10.08%)도 상황은 비슷해 모두 서울 전체 상승률(8.19%)을 웃돈다.

시장에서는 이를 ‘키 맞추기’라고 설명한다. 먼저 급등한 핵심지역을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이 뒤따라가며 가격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만 외곽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고가 주택을 여러 채 가진 자산가가 아니다. 월급을 모으고 대출을 보태 어렵게 내 집 한 채를 마련하려는 실수요자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에게 집값 1억원 상승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이제 집을 사야 하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더 마련해야 할 돈이다. 자기자본이 부족하면 대출을 늘려야 하고 매달 부담해야 할 원리금도 커진다. 주거에 더 많은 돈을 쓸수록 외식과 여행, 문화생활, 쇼핑 등에 쓸 여력은 줄어든다.

그래서 외곽 집값 상승은 강남 집값 상승과는 다른 무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서울에서 가장 비싼 집이 얼마가 됐느냐 못지않게 평범한 직장인이 살 수 있는 집이 얼마가 됐느냐가 중요하다.

주거비가 서민의 지갑을 잠식하면 문제는 부동산 시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늘리고 원리금을 갚느라 소비를 줄이면 가계의 삶은 팍팍해지고 내수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모처럼 찾아온 서울 외곽의 집값 상승세가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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