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안 풀면 수출 끊는다”⋯美, 독일·프랑스에 비축분 방출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인공지능(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D.C.(미국)/AP연합뉴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연합(EU)에 비상 경유 비축분을 방출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중간선거를 한 달 앞두고 경유 가격이 치솟자 유럽의 비축분을 풀어 글로벌 공급을 늘리고 가격을 끌어내리려는 것이다. 미국은 방출에 응하지 않으면 미국산 경유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는 경고까지 꺼내 들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독일과 프랑스에 비상 경유 재고를 풀지 않으면 미국산 경유 수출 금지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EU에 6개월간 경유 1억2000만 배럴 방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도 미국 당국자들이 유럽의 비축분 방출이 글로벌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고, 미국산 경유에 크게 의존하는 유럽에도 타격을 줄 수 있는 수출 금지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럽에 비축 경유 방출을 요청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수도 있다”며 “그들도 경유를 일부 갖고 있지만 가격은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주요 20개국(G20) 무역장관회의 후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가 비축분을 쌓아두고 있다”며 “미국과 협력해 더 많은 경유를 시장에 공급할 방법을 찾고 싶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축분에 있는 경유 일부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그 방안의 일부”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유럽이 기존 약속 이행을 서두르고 추가 물량을 즉시 공급해야 한다며 “미국 농민과 트럭 운전사, 기업이 글로벌 경유 부족의 부담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은 지난달 29일 이란 전쟁 초기 합의한 비축유 공동 방출과 관련해 여러 유럽 국가가 약속한 물량의 일부만 내놨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3월 사상 최대인 4억 배럴 공동 방출에 합의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지난달 29일 이 가운데 약 3분의 1이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이 다급한 이유는 선거다. 미국 소매 경유 가격은 이란 전쟁 이후 70% 올라 지난달 30일 갤런당 평균 6.39달러를 기록했다. 중간선거를 한 달가량 앞두고 농업지역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경유 수출을 제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에너지 업계와 분석가들은 수출 금지가 일시적 효과에 그치고 경유와 휘발유 가격이 오히려 다시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수출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최근에는 시행 가능성을 다소 낮춰 잡는 모습이다.

IEA 회원국은 순수입량 90일분 이상을 비상 비축유로 보유하고, 위기 시 IEA 조율에 따라 공동 방출한다. 독일 경제부는 1일 IEA에서 새로운 방출 요구를 받지 않았다고 밝혀 미국의 개별 압박에 선을 그었다. 독일은 비축유 방출이 가격 안정 수단이 아니며 시장 투기를 부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EU 당국자들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와 독일·프랑스·이탈리아·영국·아일랜드는 1일 통화를 갖고 경유 비축분 방출 필요성을 논의했다. EU 집행위원회와 각국 정부가 참여하는 에너지연합 태스크포스도 2일 오전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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