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반도체, 중소기업은?…수출 성적표 뜯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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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비중 대기업 56.4%·중소기업 4.5%…기업규모 따라 다른 수출 구조
중소기업 철강·정밀기기·가전도 증가…자동차부품은 모든 기업군서 감소

▲2026년 8월 기업규모별 수출입 현황 인포그래픽 (관세청)
한국 수출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품목이 반도체다. 그러나 기업규모별 수출 성적표를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8월 대기업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절반을 넘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5%에도 못 미쳤다. 중소기업은 반도체를 빼고도 수출이 약 18.4% 늘었다. 철강과 정밀기기, 가전제품 등도 수출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관세청의 ‘2026년 8월 기업규모별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8월 대기업 수출은 771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94.2% 증가했다. 중소기업은 101억 달러로 20.4%, 중견기업은 109억 달러로 8.8% 늘었다. 중소·중견기업은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세 기업군 모두 수출이 늘었지만 반도체가 차지하는 무게는 달랐다. 상세 통계상 대기업 반도체 수출은 434억8000만 달러로 전체 수출 770억8300만 달러의 약 56.4%를 차지했다. 수출액 100달러 가운데 56달러가량이 반도체에서 나온 셈이다. 반도체 수출 증가율도 244.7%에 달했다.

중견기업의 반도체 수출은 28억9300만 달러로 전체 109억4600만 달러의 약 26.4%였다. 중소기업은 전체 수출 100억9000만 달러 가운데 반도체가 4억5600만 달러로 약 4.5%를 차지했다. 기업규모에 따라 반도체 비중이 절반 이상에서 20%대, 한 자릿수까지 차이를 보였다.

중소기업에서도 반도체는 빠르게 성장한 품목이다. 8월 수출이 87.1% 늘어 관세청이 제시한 주요 품목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증가율이 높다는 것과 전체 수출 증가를 대부분 설명한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공표된 수출액과 증가율로 역산하면 중소기업 전체 수출 증가분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4%다. 반도체를 제외한 수출도 약 18.4%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가 힘을 보탰지만 다른 품목의 증가세도 상당했다는 의미다. 이 수치는 반올림된 공표 자료를 활용한 추정치다.

중소기업의 수출 품목을 들여다보면 철강제품이 눈에 띈다. 8월 철강제품 수출액은 8억4800만 달러로 반도체보다 컸고, 전년 동월 대비 15.4% 증가했다. 정밀기기는 3억6000만 달러로 40.0%, 컴퓨터 주변기기는 1억5900만 달러로 51.9% 늘었다. 가전제품도 1억2700만 달러로 26.8% 증가했다.

같은 품목이라도 기업규모에 따라 성적은 엇갈렸다. 중소기업의 정밀기기 수출은 40.0% 늘었지만 중견기업은 11.8%, 대기업은 22.6% 감소했다. 가전제품 역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은 각각 26.8%, 14.4% 증가한 반면 대기업은 10.5% 줄었다. 전체 수출이나 특정 산업의 실적만으로 모든 기업의 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중소기업이 제품을 판매한 시장에서는 비교적 고른 증가세가 나타났다. 미국 수출이 39.3%, 중국 수출이 25.5% 늘었다. 유럽연합(EU·19.3%), 일본(12.2%), 베트남(11.1%)을 비롯해 주요 10개 수출시장에서 모두 증가했다. 말레이시아와 홍콩은 각각 78.7%, 75.3%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수출 호조가 모든 품목에 해당한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 승용자동차 수출은 4억700만 달러로 40.0% 감소했다. 대기업 승용자동차 수출도 29.5% 줄었고 중견기업만 1.1% 증가했다.

자동차부품은 기업규모를 가리지 않고 감소했다. 중소기업은 3.5%, 중견기업은 15.3%, 대기업은 10.4% 줄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자동차부품처럼 모든 기업군이 부진한 품목이 공존했다.

권일 국회예산정책처 산업자원분석과장은 ‘K-수출 7천억 달러 달성의 의의와 과제’ 보고서에서 수출 품목을 넓혀 반도체 집중도를 낮추고 공급망과 통상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반도체 이외 산업의 성장 기반을 확충하면서 고부가가치 제품의 기술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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