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스테이블코인 카드 거래 11억달러 넘어
앤스로픽 “알리바바, 계정 동원해 모델 학습”

가상자산과 연계한 결제 카드가 중국에서 미국 AI 기업들의 서비스 이용 제한을 우회하는 통로로 떠올랐다. 일부 카드업체의 허술한 신원확인을 이용해 해외 거주자로 가장하고 챗GPT와 클로드 등의 이용료를 결제하는 방식이다. AI 수요 급증과 가상자산 결제 확산이 맞물리면서 서비스 접근 제한을 피해 이용권을 사고파는 ‘회색시장’도 커졌다.
5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가상자산 카드가 중국 이용자들의 미국 첨단 AI 모델 구매에 활용되고 있다. 이 카드는 가상자산 지갑과 연결돼 비자ㆍ마스터카드 가맹점에서 결제할 때 디지털 자산을 일반 화폐로 전환한다.
가격 변동이 큰 비트코인보다 달러 등에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이 주로 쓰인다. 데이터업체 페이먼트스캔에 따르면 8월 스테이블코인 카드 거래액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넘어 전년 동기의 세 배로 늘었다. 거래량을 공개하지 않는 업체도 있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고객확인(KYC) 절차다. 분석업체 크리스털인텔리전스가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가상자산 카드 제공업체의 약 70%는 신원확인 요건이 허술하거나 아예 없었다. 신원확인을 하지 않는 업체 가운데 약 절반은 홍콩, 20%는 미국에 기반을 뒀다.
이코노미스트는 서류 제출이 필요 없다고 광고한 러시아어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비자 카드를 신청한 뒤 몇 분 만에 애플페이에 연결했다. 해당 업체가 광고한 월 결제 한도는 50만달러였다. 비자는 각국 법률을 준수하며 자사 결제망에서 불법 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미국 AI 서비스의 국가별 이용 제한을 피하는 안내 방법이 퍼졌다. 해외 중개업자가 AI 모델의 데이터 처리 단위인 ‘토큰’을 구매해 중국 이용자에게 재판매하거나 이용자가 가상자산 카드로 직접 구독료를 내는 방식이다. 허위 신원정보를 구매하거나 접속 위치를 감추는 방법도 소개됐다.
미국의 한 가상자산 카드업체 관계자는 중국 발급 신분증과 해외 주소를 조합해 카드를 신청하는 이용자를 매달 수백 명씩 목격한다고 전했다. 중국 선전의 인터넷 주소와 중국 신분증을 사용하면서 해외 주소로 신청한 한 이용자는 볼리비아 애플 앱스토어에서 챗GPT 구독에 5만달러를 썼다. 해당 카드 발급사인 레인은 관련 보고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 신분증 소지자가 해외에 거주할 수도 있어 신분증만으로 우회 이용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일부 카드 제공업체는 중국 주소를 입력해 고객확인에 실패한 이용자에게 다른 주소로 다시 신청하도록 허용하거나 권유했다. 레인은 통제 우회 시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규정을 준수한다고 설명했다. 마스터카드도 자사 결제망에서 신원확인 없는 충전식 카드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미국 AI 기업의 모델을 무단으로 학습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앤스로픽은 지난달 10일 알리바바가 5~7월 클로드에 1억5100만 차례 무단 접근해 자사 모델을 훈련했다고 주장했다. 기존 모델의 답변을 학습에 활용하는 ‘증류’ 방식이다. 앤스로픽은 알리바바가 클로드 계정 5000개를 동원했고 일부 계정은 행위를 감추기 위해 가상카드로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알리바바는 이코노미스트의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