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나눠먹기·입찰 조율 땐 담합 소지
단독 응찰·선별 수주는 구분 필요

공정거래위원회가 건설 분야 카르텔 전담조직을 가동하면서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도 긴장감이 번지고 있다. 건설사 간 사업장 배분이나 입찰 참여 조율이 담합으로 판단될 수 있는 만큼 기존 수주 관행도 한층 조심스러워질 전망이다.
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건설사와 정비사업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신설한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의 조사 범위와 향후 집행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대형 정비사업에서 단독응찰과 수의계약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쟁사 간 사업장별 수주 전략이나 입찰 참여 여부 조율이 어디까지 허용될지가 관심사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사업성이 없거나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해 입찰에서 빠지는 경우도 있지만 업계에서는 특정 사업장을 서로 밀어주거나 다른 사업장으로 방향을 트는 식의 이야기도 있어 왔다”며 “전담조직이 생긴 만큼 어디까지 조사 대상이 될지가 주목된다”고 귀띔했다.
공정위는 이날 직제 개편에 따라 카르텔조사국에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를 신설했다. 건설·에너지 분야의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등을 전담 조사한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고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발생한 담합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공정위 건설에너지카르텔조사과 관계자는 “정비사업 과정에서도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 행위가 있었다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며 “건설사들이 돌아가면서 정비 사업을 나눠 갖는 경우라면 담합에 해당할 수 있고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 분야에서는 수주 순번을 정하거나 경쟁사를 들러리로 세우는 담합이 적발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달청이 발주한 건설사업관리 용역 92건에서 사전에 낙찰예정자를 정하고 다른 업체의 경쟁 참여를 제한한 20개 사업자에 총 2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직 신설로 건설 분야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집행이 보다 체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본지 자문위원인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은 기본적으로 경쟁입찰을 전제로 하고 경쟁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일정 절차를 거쳐 수의계약으로 넘어가는 구조”라며 “문제는 경쟁입찰 형식을 취하면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사전에 가격이나 순번을 조율하는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담합으로 가격이 인위적으로 높아지면 결국 비용을 부담하는 조합이나 발주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며 “전담조직 신설은 건설 분야에서도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공정위의 역할을 보다 명확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독응찰이나 수의계약 자체가 담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공사비 상승과 사업성 악화로 건설사들의 선별수주가 강화된 만큼 정상적인 경영상 판단과 경쟁사 간 사전 합의를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윤홍 한양대 건축공학부 특임 교수는 “입찰 담합이나 시장을 교란하는 불공정 거래는 규제해야 한다”면서도 “어떤 행위가 처벌 대상인지 과거 사례와 판례 등을 토대로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