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정부가 7000억원대 배상금을 요구한 이란 다야니 일가와의 2차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완승하면서 최근 승소 흐름을 이어갔다. 대형 ISDS를 잇달아 치르며 정부 대응 체계가 전문화된 데다 국내 로펌의 투자중재 역량도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법무부에 따르면 ISDS 중재판정부는 28일 다야니 일가 6명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2차 ISDS에서 약 7700억원의 배상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정부는 소송비용 약 40억원과 중재행정비용 약 8억원도 돌려받게 됐다.
최근 대규모 배상 청구가 걸린 ISDS에서 정부에 유리한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론스타 사건 취소절차에서 승소해 약 4000억원의 배상 책임을 없앤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배상액이 약 1600억원까지 늘어난 엘리엇 사건의 중재판정을 영국 법원에서 취소시켰다. 엘리엇 사건은 현재 환송 중재를 앞두고 있다.
3월에는 스위스 승강기 업체 쉰들러가 제기한 ISDS에서 약 3250억원의 청구를 전부 기각시키고 소송비용 약 96억원을 돌려받았다. 쉰들러가 취소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28일 승소가 확정됐다. 이달에는 중국인 투자자 펑전 민이 최종 약 2641억원을 청구한 사건의 취소절차에서도 승소했다.
전문가들은 잇단 승소 배경으로 정부와 국내 로펌의 ISDS 대응 역량 강화를 꼽는다. 정부는 ISDS 주무부처를 법무부로 일원화한 뒤 2019년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설치하고 2020년 국제분쟁대응과를 신설하는 등 전문 대응 체계를 구축했다.
오현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컨트롤타워 없이 각 부처가 나눠 대응했지만 법무부에 전문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체계적인 대응이 가능해지고 전문 인력도 늘었다”며 “원 중재판정에서 패소한 론스타나 엘리엇 사건을 취소절차에서 뒤집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데, 이를 뒤집을 정도로 정부의 역량이 커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로펌들의 국제중재 전문성도 함께 높아졌다는 평가다. 오 교수는 “2012년 론스타 사건 전까지만 해도 대형 로펌에 국제투자중재 전문인력이 거의 없었다”며 “이후 국제중재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판례 연구와 경험이 쌓이면서 대형 로펌들의 대응 역량도 크게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번 판정으로 기존 ISDS 배상금 집행 문제를 또 다른 중재로 가져가는 이른바 ‘꼬리에 꼬리를 무는 ISDS’ 시도에 제동을 걸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