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부연납 가산금 이자 눈덩이, 종신보험으로 재원 마련
가업상속 40년 유지 요건 족쇄, 기업 M&A 매물 급증
서울 핵심지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0억원을 돌파하면서 서류상 자산 규모는 수십억원대에 달하지만, 실제 가용 현금은 넉넉하지 않은 이른바 '평범한 부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이 40억원짜리 아파트 한 채만 상속받아도 10억~15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상속세를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이장원 세무법인 리치 대표는 30일 서울 포스코타워 역삼에서 열린 와이즈포럼 강연에서 이 같은 현실을 꼬집었다. 이 대표는 "과거에는 수백억원대 자산가들만 상속세 강의를 찾았지만, 최근에는 송파·강남·동작구 등 구청과 동네 주민센터에 일반 직장인들이 몰려들어 상속세를 공부하고 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표는 꽉 막힌 상속세 유동성을 뚫어줄 현실적인 동아줄로 '종신보험'을 지목했다.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 한 채에 묶여 있다 보니 취득세조차 낼 현금이 부족해 최장 10년간 연 3.1% 가산금을 물고 연부연납을 하거나 급매로 처분해야 하는 위기를 겪기 때문이다.
그는 "사망보험금이 미리 준비돼 있으면 연부연납을 위한 초기 납부 재원과 담보 여력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무리하게 집을 급매로 넘기는 일을 막고 돈 문제로 인한 형제간 분쟁을 예방하며, 홀로 남은 배우자가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안정성까지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가입 시 세심한 설계는 필수다. 사망보험금이 또 다른 상속재산으로 편입돼 세금 폭탄이 되는 것을 막으려면, 반드시 보험계약자(보험료 납부자)와 수익자를 상속을 받을 자녀 명의로 설정해야 한다. 부모가 보험료를 대납한 사실이 밝혀지면 해당 보험금 역시 상속재산으로 묶여 과세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단순히 세금이 안 나온다는 말만 믿거나 체계적인 상속세 시뮬레이션 없이 무턱대고 종신보험에 가입해서는 안 된다"며 "당장의 생활비를 압박할 정도로 과도한 납입은 피하고 본인 자산 구조에 맞는 현명한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고액 자산가들의 상황은 더욱 혹독해 700억원 상속재산도 3대만 지나면 상속세 탓에 12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상속세 개편이 거론됐지만, 과표는 26년째 동결됐고 상속세수는 8조7137억원에 달하는 정부의 '보너스 세금'이 돼 쉽게 개편되기 어렵다"며 "공제가 일부 늘어나더라도 부자 감세 논란 등으로 실질적인 혜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분석했다.
기업가들의 가업 승계 역시 험난하다. 최근 세제 개편으로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피상속인의 경영 기간 30년, 상속인의 사후관리 기간 10년 등 총 40년을 유지하고 까다로운 심사위원회 요건 심사까지 거쳐야 한다.
이 대표는 "승계 심사 요건을 맞추기 어려워 승계를 포기하고 22% 세율로 비상장주식을 매각하는 인수합병(M&A) 시장이 활황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세무당국 조사 강도도 거세졌다. 국세청은 자금조달계획서를 전수 검증해 주택 구입 시 사업자 대출을 유용한 사실이 적발되면 즉각 대출을 환수하고 최장 10년 대출 금지 조치와 함께 사업체 5년치 세무조사까지 병행한다. 부모가 대신 대출금을 갚아주는 편법 증여도 추적 대상이 된다.
가족 간 차용증을 쓸 때도 채무자인 자녀에게 실질적인 이자 상환 능력이 없으면 증여세가 부과된다. 이 대표는 "자녀 개인에게는 2억1700만원까지 무이자로 대여할 수 있지만, 자녀가 법인을 세우면 최대 21억7000만원까지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다"며 자산가들의 법인 활용을 권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