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우회 공급망으로 자원안보 강화
초경질유 도입 이어 해외 전력사업 확장

김현준 SK이노베이션 E&S LNG사업본부 기술위원은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 투자 당시를 이렇게 돌아봤다. 2012년 매장량도 불확실했던 자산은 14년 만에 한국에 연간 약 130만t(톤)의 액화천연가스(LNG)를 공급하는 거점으로 탈바꿈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30일(현지시간) 호주 다윈 사업설명회에서 다윈 LNG 플랜트를 공개하고 바로사 프로젝트의 성과를 소개했다. 올해 1월 첫 LNG 물량을 선적했고 2월 충남 보령 LNG터미널로 처음 들여왔다. 가스전 개발부터 생산·액화·선적·국내 도입까지 연결한 것이다.
장기 투자가 사업성을 높였다. 추가 평가시추로 최초 참여 시 대비 2배 이상의 매장량을 확보했고, 그 결과 3조4000억 입방피트(TCF)가 됐다. 기존 다윈 플랜트를 개조해 신규 건설비도 줄였다. 회사는 바로사 가스전 지분 37.5%, 다윈 플랜트 지분 25%를 보유한다. 두 사업 모두 호주 산토스가 운영한다.

확보 물량은 국내 LNG 수급을 뒷받침한다. 연 130만t은 지난해 국내 수입량의 약 3%다. 예상 생산기간 20년을 적용하면 총 2600만t이다. 현물시장에서 필요할 때마다 구매하는 대신 직접 개발에 참여한 가스전에서 장기 물량을 확보했다. 단기 가격 급등과 공급 부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
운송 경로도 중동과 분산했다. 바로사 LNG는 호주 북부에서 한국으로 들어와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는다. 회사 자료에 따르면 호주에서 인천까지 통상 수송기간은 10~12일이다. 중동의 18~25일보다 짧아 물류 부담을 줄이는 데도 유리하다.
중동발 공급 차질과 유럽의 재고 확보 경쟁은 장기 공급원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회사는 보도자료에서 호르무즈 통항 위험과 겨울철 유럽의 LNG 구매 수요가 아시아의 조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가스전과 액화시설 건설에는 긴 시간이 걸려 공급 부족 이후 단기간에 대체 물량을 늘리기 어렵다.
원유 공급선 다변화 성과도 냈다. 지난 8월 바로사에서 생산한 초경질유 약 30만 배럴을 인천항으로 들여왔다. 천연가스와 함께 나오는 가벼운 원유다. SK인천석유화학에 공급돼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원료 생산에 쓰였다.
확보한 LNG는 국내외 전력사업 확장의 기반이다. 회사는 국내 발전소에 더해 반도체 산업단지와 AI 데이터센터를 신규 수요처로 보고 있다. 베트남 뀐랍에서는 1.5GW 규모 LNG 발전소와 터미널 사업을 추진한다. 인근 산업단지·데이터센터와 연결하는 구상이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현물 조달만으로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장기 물량을 확보한 바로사 프로젝트 같은 비중동권 LNG 자산의 전략적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