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열풍이 주식시장을 넘어 자본시장의 자금 흐름을 바꾸고 있다. AI와 비(非)AI 기업 간 주가 격차를 넘어 자금 조달 능력의 양극화로 번지는 양상이다.
7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바탕으로 본지가 분석한 결과, 올해 신규 상장한 32곳의 발행자금 중 AI 관련 기업의 비중 30%에 달했다. AI 기업이거나 AI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은 12곳으로, 이들 기업에 조달된 공모 금액은 총 4679억9000만원으로 전체의 29.5%를 차지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도 AI 비중은 해마다 확대되는 추세다. 스타트업 투자 정보 플랫폼 더브이씨(THE VC)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스타트업 투자금 중 AI 분야 비중은 16%였으나, 2025년에는 23.6%까지 늘어났다. 분류 기준의 차이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올해 상반기 AI·로보틱스 투자금은 2조6850억원으로 전체 스타트업 투자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4.3%까지 치솟았다.
특히 대규모 스타트업 투자 자금은 일제히 AI 기업으로 몰렸다. 올해 100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13곳 중 8곳이 AI 관련 기업이다. 구주 인수로 투자금을 받은 두나무를 제외하면, AI 시스템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이 6400억원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유치했다. 이어 퓨리오사AI(4000억원), 엑시나(2020억원), 업스테이지(1800억원) 등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AI 밸류체인 기업이 싹쓸이했다.
이 밖에도 트웰브랩스(1500억원), 업스테이지(1300억원), 뤼튼테크놀로지스(1000억원) 등 AI 밸류체인 기업들이 거액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미코파워는 수소연료전지 전문 기업이지만, AI 데이터센터 입찰 성공에 따른 생산설비 증설과 원재료 확보 목적으로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와 기관투자가의 자금도 AI로 향했다.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는 올해 리벨리온·업스테이지·퓨리오사AI에 등 AI 기업에 총 7200억원의 첨단전략산업기금 직접 지분투자를 승인했다. 우정사업본부도 올해 7월 '2026년 우체국보험 국내 VC 위탁운용사 선정계획'을 공고했는데, 선정된 운용사는 출자금의 200% 이상을 AI 인프라·AI 모델·AI 응용서비스·AI 전환(AIX) 등 AI 밸류체인 전반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
이러한 자금 쏠림 현상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공통적으로 관측된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AI 투자 비중은 2017년 12%에서 2025년 3분기 51%까지 확대됐다. AI 모델 및 플랫폼 개발 기업 등은 478억 달러를 유치했는데, 이는 전체 투자금의 51%, 투자 건수의 22%로 역대 최고치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비AI 부문은 투자금액과 건수 모두 약세를 보이며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AI와 비AI 간, 유니콘과 신규 스타트업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며 "자본의 편중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경우 신규 스타트업과 비AI 산업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성장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