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가기 더 힘들겠네”⋯점포도 닫고 영업시간 단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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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합의로 내년 4월부터 9시 30분에 문 연다
비대면 확산에도 고령층·대면 고객 불편 우려도
5년 새 점포 15% 감소⋯금융 접근성 저하 지적

▲서울시내 은행 창구 (뉴시스)

은행 점포가 빠르게 줄어드는 가운데 내년부터 고객이 은행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아진다. 금융권 노사가 직원들의 근무 여건 개선과 일·생활 균형을 위해 영업점 개점 시간을 30분 늦추기로 잠정 합의하면서다.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돼 고객 불편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은행권의 판단이다. 하지만 점포 감소에 영업시간 단축까지 겹치면서 고령층 등 대면 금융이 필요한 고객의 접근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이날 긴급 지부대표자회의를 열고 전날 타결한 2026년 산별중앙교섭 잠정합의안을 공유하고 세부 사항을 논의했다.

잠정합의안 가운데 고객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영업시간 조정이다. 노사는 2027년 4월부터 은행 영업점 개점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30분으로 늦추기로 했다. 폐점 시간은 오후 4시로 유지한다. 이에 따라 고객이 평일 영업점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7시간에서 6시간30분으로 줄어든다.

금요일에는 고객 업무 마감제도인 ‘라스트콜’도 도입한다. 영업 종료 30분 전부터 마감 업무를 준비해 오후 4시 이후까지 고객 응대가 장시간 이어지는 상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금융노조와 은행권은 개점 시간 조정에 따른 고객 불편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오전 9시부터 9시30분 사이 영업점을 찾는 고객이 많지 않은 데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됐다는 이유에서다. 명절 전 신권 교환 등 특수한 시기를 제외하면 개점 직후 영업점은 비교적 한산하다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비대면 금융 이용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 인터넷뱅킹의 일평균 이용 건수는 2923만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6.8% 증가했다. 이 가운데 모바일뱅킹은 2650만건으로 8.0% 늘었다. 전체 인터넷뱅킹 이용 건수의 90.7%에 달한다. 고령층의 모바일뱅킹 이용도 확산하는 추세다.

금융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은행이 먼저 근무시간을 줄여야 다른 업종으로도 변화가 확산될 수 있다”며 “주 4일제로 가는 단계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불편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40대 강모씨는 “안 그래도 은행에 갈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은데 영업시간까지 줄어들면 불편할 것 같다”며 “점포가 줄어 한 지점에 사람이 몰리면서 대기시간도 길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40대 김모씨도 “비대면화가 진행됐어도 직접 방문해야 해결할 수 있는 업무가 있다”며 “영업시간까지 줄어드는 것이 반갑지는 않다”고 했다.

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것은 대면 금융 접점이 이미 빠르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영업점은 2020년 말 4424곳에서 2025년 말 3748곳으로 감소했다. 5년 동안 676곳, 약 15%가 사라졌다.

금융당국은 점포 감소에 따른 금융 접근성 저하를 막기 위해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영업시간까지 줄이는 것은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당국의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점포 감소와 영업시간 단축이 맞물릴 경우 대면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에게 불편이 집중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금융도 고객을 위한 산업인데 노사만의 합의로 금융소비자의 의견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더라도 대면 업무는 여전히 남아 있고, 특히 은행을 직접 이용하는 시니어 고객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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