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공개매수 제도 본회의 처리 보류해야"…운용사 18곳 공동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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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증권가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의무공개매수제도에 제동을 걸었다. 공개매수 범위를 ‘50%+1주’로 제한한 것 자체보다 지배주주의 지분을 먼저 전량 인수한 뒤 부족한 물량만 일반주주에게 공개매수할 수 있도록 한 구조가 주주 간 차별을 고착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29일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은 공동성명을 내고 다음달 1일 예정된 의무공개매수 제도 도입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일반주주와 기관투자자, 기업, 인수합병(M&A)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공개 논의를 거쳐 제도 설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달 17일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거나 이미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추가로 지분을 취득하는 경우 공개매수를 의무화하고, 인수 후 보유지분이 발행주식 총수의 ‘50%+1주’ 이상이 되도록 공개매수 물량을 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운용사들은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자체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M&A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지배주주에게만 돌아가는 관행을 개선하고 일반주주에게도 같은 조건으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다만, 쟁점은 ‘50%+1주’가 아니라 해당 물량을 누구에게서 사들이느냐라고 지적했다. 현행 정무위안을 적용하면 인수자가 기존 지배주주의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고 이후 50%+1주에 부족한 물량만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령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한 상장사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인수자는 우선 지배주주의 지분 40%를 모두 사들인 뒤 일반주주가 가진 나머지 60% 가운데 10%+1주만 공개매수하면 된다. 일반주주 전원이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보유지분의 약 6분의 1만 매각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기존 지배주주는 보유지분 전량을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에 처분할 수 있다.

참여 운용사들은 성명에서 “핵심은 50%냐 100%냐가 아니라 50%+1주를 누구에게서, 어떤 비율로 사느냐”라며 “같은 가격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같은 비율로 팔 기회까지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구분하지 않는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시했다. 지배주주도 공개매수에 참여시키고 초과 청약이 발생하면 모든 주주에게 동일하게 안분비례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앞선 사례에서 모든 주주가 공개매수에 전량 응모한다면 인수자는 전체 주주가 가진 주식의 약 절반씩을 같은 가격에 매입하게 된다. 지배주주에게서는 약 20%, 일반주주에게서는 약 30%를 사들이는 구조다. 전체 인수 물량은 50%+1주로 현행안과 사실상 동일해 인수자의 총자금 부담을 추가로 늘리지 않으면서 매각 기회를 주주별로 배분할 수 있다는 게 운용사 측 설명이다.

운용사들은 과거 국내 의무공개매수제도와 해외 사례도 근거로 들었다. 1997년 국내에 도입됐다가 외환위기 이후 폐지된 의무공개매수제도 역시 50%+1주를 기준으로 삼았지만 일정 지분 이상을 확보하려면 원칙적으로 공개매수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는 주장이다.

해외에서는 국가별 방식에 차이가 있다. 참여 운용사들은 일본의 경우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지분 취득에 공개매수를 요구하고, 영국·유럽연합(EU)·홍콩·싱가포르 등은 일정 지배권을 취득하면 잔여 주식에 대해서도 매수 제안을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를 보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M&A 시장에서 이미 일반주주에게 폭넓은 매각 기회를 제공하는 거래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오스템임플란트와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즈니스온, 에코마케팅 등의 인수 과정에서 법적 의무가 없었음에도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가 진행된 만큼 오히려 법 도입 이후 시장 참여자들이 법정 최소 요건인 50%+1주에 맞춰 거래구조를 설계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다만, 의무공개매수 범위를 둘러싼 시각은 엇갈린다. 잔여지분 전량을 의무적으로 매수하도록 할 경우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는 확대되지만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크게 늘면서 국내 상장사 M&A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실제 정무위 심사 과정에서도 과도한 인수자금 부담이 국내 M&A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의견과 50%+1주 방식만으로는 일반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충분히 공유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참여 운용사들은 "50%+1주 방식을 유지하더라도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매수를 배제하고 지배주주를 포함한 모든 응모주주에게 같은 가격과 같은 안분비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며 “새로 도입하는 제도가 시장 관행보다 뒤처지고 과거 제도보다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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