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훈 JLL 전무 "단순 중개는 끝났다…금융 솔루션으로 '혼란 속 기회' 잡을 것" [상업용부동산 리더스]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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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고금리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겹치며 국내 상업용 부동산(CRE) 시장이 거대한 변곡점을 맞이했다. 과거 단순히 건물을 사고파는 시대를 넘어 자산의 가치를 직접 재창조하는 ‘밸류업(Value-Up)’과 회계·금융·세무를 결합한 통합 전략이 핵심 생존 방정식으로 떠올랐다. 본지는 상업용 부동산 핵심 플레이어들을 만나 대체투자 시장의 미래 방향성을 짚어본다.

240년 글로벌 네트워크 기반의 '원스톱 자문' 역량 입증
여의도 IFC 자본재구조화 자문·서울스퀘어 매각 잇따라 성공
"2028년 CBD 공급 과잉 예고… 역발상 투자자에겐 찬스"

▲이기훈 JLL 캐피털마켓 전무가 26일 서울 여의도 IFC ONE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이투데이DB)

국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고금리 장기화와 매도·매수자 간 가격 눈높이 격차로 짙은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 JLL(존스랑라살)은 1조원 규모의 '서울스퀘어' 매각 자문과 2조4000억원 규모의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 리파이낸싱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최근에는 잔여임차기간이 1년 미만으로 남아 국내 대주단 모집이 어려웠던 인천 'H 로지스' 복합물류센터 리파이낸싱까지 해외 은행들을 끌어들여 매듭지었다. 위기 속에서도 연간 사업 목표를 조기 초과 달성한 JLL코리아의 중심에는 상업용 부동산 분야에서만 25년 넘게 몸담은 이기훈 캐피털마켓 전무(헤드)가 있다.

이 전무는 1일 본지와의 인터부에서 "시장이 어려울수록 자문사의 진짜 실력과 인프라가 드러난다"며 "단순히 매도인과 매수인을 이어주는 전통적 중개에 머무는 시대는 끝났다. 매각·매입은 물론, 시장 상황에 따라 리파이낸싱과 대출·에쿼티 자금 조달까지 아우르는 정교한 '종합 금융 솔루션' 자문을 제공할 수 있어야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매수 주체 지각변동과 섹터별 양극화…'대형 증권사·현금 부자 기업'의 코어 쏠림

이 전무는 최근 상업용 부동산 거래 시장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로 '양극화'와 '매수 주체의 세대교체'를 꼽았다. 지난해 19조원을 웃돌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오피스 거래 규모와 비교하면, 올해는 금리 부담 탓에 전체 거래량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는 밸류애드(가치제고형)나 오퍼튜니스틱(개발형) 자산은 원매자를 찾기 어려워진 반면, 우수한 입지와 우량 임차인을 갖춘 '코어(Core)' 자산으로만 유동성이 쏠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대형 증권사의 실물 부동산 직접 인수 참전이다. 최근 1조2000억원에 클로징된 '서울스퀘어' 거래가 대표적이다. JLL이 매각 자문을 맡은 이 딜은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인 한투리얼에셋이 매수 주체로 나섰으며, 그룹 차원에서 상당한 에쿼티 출자를 단행했다.

이 전무는 "과거 증권사들은 브릿지론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선 등 고위험 수수료 비즈니스에 치중했지만, 최근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연간 조 단위 순이익을 내며 막대한 현금을 축적하고 있다"며 "변동성이 큰 주식 시장 대신 연기금·공제회처럼 유동성을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굴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면서, 안정적인 배당과 자산 가치가 보장되는 코어 오피스를 최적의 대체투자처로 낙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섹터별 희비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데이터센터는 AI 열풍 속에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지만 준공된 자산 자체가 희소해 글로벌 인프라 펀드가 눈독을 들이는 가장 핫한 자산군이다. JLL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개발부터 완공 후 매각까지 전 과정을 이끈 '하남 데이터센터' 매각을 맥쿼리 등에 성공적으로 자문하며 트랙레코드를 선점했다.

물류센터는 코로나19 직후 국내 기관들이 겪은 손실 트라우마로 움츠러든 사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저평가된 우량 자산을 대거 매입했으나, 최근에는 국민연금 위탁자금을 확보한 캡스톤자산운용이 영종도 소재 '아레나스 영종'을 인수하는 등 국내 기관들의 복귀가 시작됐다.

호텔 역시 관광객 회복으로 객실 단가가 급등하며 몸값이 치솟자, B·C급 노후 오피스를 호텔로 개조(컨버전)하려는 밸류애드 시도가 활발하다. 반면 e커머스 성장과 유동화 펀드의 엑시트 실패가 맞물린 대형마트 등 리테일 섹터는 명동·강남대로·홍대 등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3대 핵심 상권을 제외하고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 있다.

해외 투자자들의 경우, 미·중 갈등으로 중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서 일본·호주와 함께 한국으로 집중되는 추세이며, 최근에는 일본·호주에서 검증된 임대주택(멀티패밀리) 시장에 대해서도 테스트 차원의 선제적 투자를 타진하고 있다.

2028년 CBD 공급 충격 속 '역발상 기회' 노려야

이 전무는 JLL 강점에 대해 △400여 명 전문가로 구성된 '종합 부동산 원스톱 플랫폼(매입매각·임대차·PM·개발·리서치)' △240년 역사의 뉴욕증시 상장사가 보유한 '글로벌 투자자와 대주 네트워크' △독보적인 '대출 및 자본 조달 자문(Debt&Capital Advisory)' 역량 등 세 가지를 꼽았다.

이러한 강점이 극적으로 발휘된 사례가 바로 여의도 IFC 자본재구조화(Recapitalization)프로젝트다. 당초 JLL은 매각 자문사로 선정돼 딜을 추진했으나, 시장 금리 변동으로 매각이 여의치 않자 소유주인 브룩필드는 '보유(리파이낸싱 및 리캡)'로 전략을 틀었다. 통상 매각이 무산되면 자문사의 역할이 끝나지만, JLL은 내부에 구축된 자본 솔루션 팀을 즉각 투입했다.

그 결과 국내 대형 은행·증권사들과 함께 2조4000억원 규모의 대출 자문을 수행하였을 뿐 아니라, 에쿼티 모집액 중 2000억원을 JLL의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성공적으로 유치, 자문했다.

최근 완료된 인천 'H 로지스' 복합물류센터 리파이낸싱 역시 JLL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금융 솔루션이 빛을 발한 대표적 딜이다. 신한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연면적 약 4만4000평 규모의 이 자산은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100% 임차해 핵심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가중평균 잔여임차기간(WALE)이 1년 미만으로 짧아, 추가 임차확약 없이는 담보대출 검토조차 꺼리는 국내 금융기관들의 보수적 심사 탓에 대출 만기 연장에 큰 난관을 겪었다.

이때 JLL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신속히 가동해 해외 금융기관들을 발굴하고 시장 실사를 지원했다. A급 물류센터 수급 동향과 캡레이트 등 정밀한 리서치 데이터를 제공하며 설득한 끝에, 일본계 은행과 유럽계 은행이 각각 50%씩 참여하는 구조로 1830억원의 리파이낸싱을 성사시켰다.

이 전무는 "국내 대주단이 난색을 보일 때 해외 유수 대주를 발굴해 교체할 수 있는 역량은 국내에서 JLL이 독보적"이라며 "국내 차주와 글로벌 금융기관을 잇는 가교로서 자문사의 금융 솔루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1~2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최대 관전 포인트로는 2028년을 전후한 도심 권역(CBD)의 대규모 프라임 오피스 공급 쓰나미를 꼽았다. 현재 도심 곳곳에서 진행 중인 재개발 프로젝트들이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준공되면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과잉 충격이 현실화할 것이란 우려다.

이 전무는 "과거 2010~2015년 미래에셋센터원, 페럼타워, 그랑서울, 시그니처타워, D타워 등이 연달아 완공되면서 CBD 공실률이 20%에 육박했던 적이 있다. 당시 건물주들은 대출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1년 임대료의 대폭 할인', 대규모 무상임대(렌트프리) 등 출혈 경쟁을 감수해야 했다. 2028년 전후로도 유사한 공급 쇼크가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 전무는 이 위기 속에 투자자들의 결정적인 기회가 숨어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큰 기회는 언제나 가장 혼란스러운 변곡점에서 탄생한다. 공급 과잉으로 일시적인 공실과 금융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우량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온다면, 풍부한 유동성을 쥔 투자자에게는 매력적인 가격에 자산을 매입해 임차인을 재구성하고 가치를 극대화하는 최고의 '역발상 밸류애드' 무대가 열릴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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