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때 누린 '반사이익' 감소
中 대미수출 늘면 韓중간재 수혜

중국이 미ㆍ중 정상회담에서 추인된 경제ㆍ무역 합의의 후속 조치로 양측 각각 300억달러(약 40조8000억원) 규모의 상호 관세 인하 대상 품목을 공개했다. 그동안 미ㆍ중 무역전쟁에 따라 누려온 반사이익은 일부 감소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아시아연구원(EAI) 역시 이번 미ㆍ중 워싱턴 정상회담을 ‘양국의 화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28일 미ㆍ중 경제ㆍ무역 협상 결과를 공개했다. 양국은 각각 300억달러 규모의 상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관세 인하 대상 상품의 90% 이상은 양국이 추가로 부과했던 관세를 모두 없앤다. 이에 따라 해당 상품에는 최혜국대우(MFN) 세율만 적용된다. 양국은 각각 국내법에 따른 절차를 마친 뒤 관세 인하 조치를 동시에 시행할 예정이다.
양국의 관세 인하 이후 한국 주요 산업은 분야별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미국 시장에서 한국 가전의 가격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중국산 가전제품의 관세를 낮추면 중국 업체와 경쟁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업체가 누려온 상대적인 관세상 이점이 줄어든다. 중저가 가전 및 소형가전에서 중국 업체들은 미국 내 판매가격을 낮출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미국의 대중 고율 관세로 중국산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줄면서 한국산이 일부 시장을 대체하는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2025년 2분기부터 2026년 1분기까지 미국 관세 대상 한국 비IT 제품의 미국 시장 점유율 하락 폭은 0.4%포인트로 중국(-1.9%포인트), 일본(-2.1%포인트), 독일(-2.2%포인트)보다 작았다. 이번 관세 인하는 이 같은 한국의 상대적 이점을 좁힐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반도체에는 단기적으로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이번 300억달러 규모의 관세 인하 대상은 첨단 반도체가 중심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산 반도체와 미국 시장에서 직접 관세 경쟁을 벌이는 구조가 당장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오히려 미ㆍ중 교역이 늘고 중국 제조업 경기가 개선될 경우 중국 전자ㆍIT 업체의 메모리와 부품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기 개선이 본격화하면 한국의 중간재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완제품보다 반도체와 석유화학ㆍ디스플레이ㆍ기계ㆍ전자부품 등 중간재 성격이 강하다. 미ㆍ중 관세 완화가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와 제조업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경우 한국산 중간재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구조적 영향은 ‘한국의 반사이익 축소’와 ‘중국 경기 회복 수혜’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중국산에 대한 관세 인하로 한국 제품의 상대적인 가격경쟁력이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중국에서는 미ㆍ중 교역 회복으로 생산과 수출이 증가하면서 한국산 반도체와 중간재 수요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다만 미ㆍ중 정상회담과 관세 인하를 양국 간 경제 갈등의 근본적인 해소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ㆍ중 정상회담 이후 동아시아연구원(EAI)은 보고서를 통해 “미ㆍ중 워싱턴 정상회담을 양국의 ‘화해’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며 “한국 기업은 공급망 위험을 계속 별도로 관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EAI는 “이번 회담에서 확실하게 얻은 성과는 무역휴전 2개월 연장 정도”라며 “희토류와 첨단기술 통제, 인공지능(AI) 안전규범 같은 핵심 쟁점은 다음 협상으로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기업이 정상회담 분위기만 보고 미ㆍ중 갈등 위험이 크게 낮아졌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ㆍ시진핑 정상 간에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졌지만 미국 상무부와 연방통신위원회(FCC) 등의 대중국 기술통제는 별도로 계속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