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병동 김경태 간호사, 얼굴도 모르는 백혈병 환자에 조혈모세포 기증

부산 온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두 명이 각각 가족과 일면식도 없는 환자를 위해 자신의 간 일부와 조혈모세포를 내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한 사람은 간경변으로 투병 중인 오빠를 위해 간 일부를 내놨고, 다른 한 사람은 유전자 일치 판정을 받은 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환자를 돌보는 간호사라는 직업을 넘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선택을 한 것이다.
주인공은 온병원 13동 호스피스완화의료병동 이은숙(51) 간호사와 11병동 김경태(26) 간호사다.
온병원 호스피스병동에서 4년째 근무하고 있는 이은숙 간호사는 최근 간경변으로 오랫동안 투병한 친오빠에게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했다.
오빠는 난치성 복수로 고통받고 있었지만 동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며 간이식을 극구 사양했다. 가족들도 이 간호사의 건강을 걱정하며 만류했다.
하지만 이 간호사는 오빠를 설득했다.
“나중에 ‘내가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았다’는 후회를 남기지 말자”는 생각에서였다.
당초 두 사람은 혈액형이 달라 우려가 있었지만 정밀검사 결과 이식이 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이 간호사는 지난 8월 13일 고신대학교복음병원에서 간 일부를 기증하는 수술을 받았고,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이 간호사는 “호스피스병동에서 삶과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깊이 깨달아왔다”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빠가 다시 건강을 회복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했다.
11병동 김경태 간호사는 가족도 친구도 아닌, 얼굴조차 모르는 백혈병 환자를 위해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대학 시절 봉사단체 활동을 하면서 사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했던 김 간호사는 평소에도 “남을 도우며 사회에 기여하고 성취감을 느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톨릭 조혈모세포은행을 통해 유전자가 일치하는 백혈병 환자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기증을 결정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정밀 유전자 검사를 거쳤고, 채취 과정에서 중심정맥관 삽입 등에 따른 부담과 감염 위험성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하지만 김 간호사는 기증을 선택했다.
현재는 기증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하게 임상 현장으로 돌아와 다시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김 간호사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두 간호사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병원 동료들도 박수를 보냈다.
황수연 온병원 간호부장은 “이은숙 간호사는 평소 호스피스병동에서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을 진심 어린 따뜻함으로 돌보는 베테랑 간호사”라며 “김경태 간호사 역시 환자들에게 늘 친절하고 업무에도 솔선수범하는 동료”라고 말했다.
이어 “말보다 행동으로 생명 존중의 가치를 보여준 두 사람의 헌신이 간호부 전체에 큰 자부심과 감동을 전했다”고 말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는 약 5만 명에 달하는 반면 뇌사 장기기증자는 397명에 그쳤다. 같은 해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사망한 사람도 3096명으로 집계됐다.
두 간호사의 선택은 거창한 구호보다 한 사람의 결정이 생명을 어떻게 이어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김동헌 온병원 병원장은 “매일 현장에서 환자들의 아픔을 돌보는 간호사들이 직접 생명 나눔을 실천한 사연이 많은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주고 있다”며 “두 간호사의 헌신이 장기 및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