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북한ㆍ헤르손주 농산물 거래 합의 참여 인사
지난달 개인회사가 헤르손주 단독 수출 사업자로 선정
전문가 "농산물 지원 지속하면 북한 군사 전용 가능성"

28일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검찰에 따르면 고려인 파벨 김은 25일 자로 형사 기소됐다. 그간 검찰은 파벨이 불출석한 상태에서 특별 수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토대로 법원에 공소장을 제출했다. 공소장에 명시된 혐의는 침략국과 정보 협력하고 러시아 무력 침공의 정당성을 선전한 혐의 등이다.
검찰은 “피고인은 점령 당국 관계자들의 제안을 받아 이른바 ‘헤르손주 농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며 “이 직책으로 반우크라이나 성격의 대규모 사회ㆍ정치 행사를 조직하는 데 참여하고 선전 매체들과 인터뷰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시적으로 점령된 헤르손 지역의 주민들이 러시아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들려 했다”면서 “모스크바에서 열린 포럼에선 헤르손 지역 농업 부문을 대표해 참석했고 점령지에 대한 국가 지원을 확보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검찰 기소된 파벨은 4월 주러시아 북한 대사관에서 블라디미르 살도 헤르손 주지사와 신홍철 주러 북한 대사가 만나 농산물 거래를 합의하던 당시 현장에 있던 인물이다. 당시 헤르손주와 북한은 식물성 기름, 밀가루, 가공식품 등을 시범 공급하는 데 동의했다. 이후 지난달 본지는 헤르손주가 파벨이 운영하는 기업을 농산물 애그리게이터(집하·유통 담당 사업자)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반출 작업에 들어갔다고 확인했다. (본지 8월 24일 자 ‘[단독] 러시아, 우크라이나 점령지 농산물 대북 공급 본격화…고려인 기업이 주도’ 기사 참조)
우크라이나 전쟁 후 헤르손주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나눠 갖고 있다. 사법 당국 역시 양국이 각각 운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검찰이 피고인 없이 수사한 이유도 피고인이 주로 러시아 점령지에 머물며 러시아 당국의 비호를 받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향후 유죄 판결이 나와도 실제로 처벌받을 가능성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통제하는 헤르손 주정부는 지난주 농산물 수출을 위한 통합 플랫폼을 공식 출범했다고 발표했다. 우선 수출 대상 지역은 크림반도와 자포리자, 자칭 도네츠크 인민공화국, 자칭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등 러시아가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지역들이다. 북한은 공식 자료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파벨이 운영하는 회사가 사업을 독점한 만큼 점령지 농산물의 대북 반출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통한 대북 농산물 지원이 장기화하면 지금의 시스템이 군사 부문으로 전용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헤이즐 스미스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학(SOAS) 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러한 움직임이 실질적인 수준으로 진행된다면 북한의 식량안보 측면에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잠재적으로는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스미스 교수는 “수입 규모가 충분히 크고 1~2년 이상 안정적으로 지속한다면 석유나 자본재 등 북한 정부가 현재 국내 식량 생산에 투입하는 자원을 경제의 다른 부문, 가령 무기 생산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현재 북한의 국내 식량 생산량과 기아를 피하고자 필요한 식량 규모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있어 당장 가까운 미래에는 식량 수입이 우선으로 이 부분을 메우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