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마니 지분 15%, LVMHㆍ로레알ㆍ에실로룩소티카 나눠 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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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니 CEO “지분 15% 복수 파트너에 매각 가능”

▲2019년 12월 2일(현지시간) 런던 중심부에서 열린 영국 패션 어워드에 도착한 배우 케이트 블란쳇(왼쪽), 디자이너 고 조르지오 아르마니, 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사진 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런던/AP뉴시스)

평생 독립 경영을 고수했던 이탈리아 명품 거장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사후 설계한 ‘아르마니의 미래’가 구체화하고 있다. 아르마니 측이 첫 단계로 매각할 회사 지분 15%를 한 곳이 아닌 복수의 글로벌 명품·뷰티 기업에 나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ㆍ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주세페 마르소치 조르지오 아르마니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밀라노에서 열린 패션쇼 행사장에서 초기 지분 15%를 세 투자자가 나눠 인수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투자자가 반드시 한 곳이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아르마니는 가능한 파트너들에 대해 지침을 남겼다”고 언급했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마르소치 CEO는 창업자가 정한 지분 매각 일정을 따를 방침이라면서도 실제 거래 성사 여부는 가격과 세부 조건에 대한 합의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4일 91세를 일기로 별세한 창업자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유언장을 통해 사후 12~18개월 사이 회사 지분 15%를 우선 매각하도록 했다. 이후 3~5년 안에 같은 인수자에게 지분 30~54.9%를 추가로 넘겨 전체 매각 지분을 최대 약 70%까지 확대하거나, 대안으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도록 했다.

유언장에서 우선적인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된 곳은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 세계 최대 안경업체 에실로룩소티카다. 이들과 비슷한 위상을 가진 기업이나 기존 사업 파트너에도 문을 열어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아르마니가 향후 몇 주 안에 LVMH와 로레알, 에실로룩소티카 측과 소수 지분 매각 가능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세 그룹이 초기 매각 대상인 지분 15%를 나눠 갖는 방안도 비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5월에도 아르마니가 지분 15%를 5%씩 세 곳에 나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특히 로레알과 에실로룩소티카는 단순한 인수 후보를 넘어 아르마니와 오랜 사업 관계를 맺어왔다. 로레알은 아르마니 향수·화장품 사업의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계약 기간은 2050년까지다. 에실로룩소티카 역시 아르마니 안경 사업을 담당하고 있으며 2023년 라이선스 계약을 15년 연장했다. 이들 라이선스 사업은 아르마니의 기업가치를 좌우할 핵심 자산으로 평가된다.

아르마니는 창업자 사망 이후 경영·디자인 체제 개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사회와 경영진에 업계 베테랑들을 합류시킨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전 베르사체 디자이너 다리오 비탈레를 엠포리오 아르마니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액세서리 부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아르마니 일가 출신이 아닌 디자이너가 해당 직책을 맡은 것은 처음이다.

마르소치 CEO는 이러한 변화가 창업자의 비전을 계승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액세서리 부문을 향후 그룹의 성장 기회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이번 지분 매각은 아르마니의 50여 년 역사에서 중대한 전환점이다. 아르마니는 생전 창작뿐 아니라 경영과 지분까지 직접 통제하며 독립 경영을 고수했다. LVMH와 케링 등 유럽 명품 대기업들이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십 개 브랜드를 거느린 거대 그룹으로 성장하는 동안에도 회사를 다른 명품그룹에 넘기거나 증시에 상장해 외부 주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후계자가 될 자녀가 없었던 아르마니는 사후에는 외부 자본을 단계적으로 받아들이는 길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정 기업 한 곳이 아닌 복수의 전략적 파트너가 초기 지분을 나눠 갖는 방안이 현실화한다면, 독립성을 중시했던 창업자의 유산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승계와 성장을 도모하는 새로운 지배구조 실험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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