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불 흐름' 보니⋯韓 100% 출자하고 '원금+이자' 우선 회수 [대미투자 결판]

기사 듣기
00:00 / 00:00

자금줄 쥔 韓, 운영 맡은 美…'리스크 풀링'으로 부실 리스크 상쇄
1호 텍사스 발전 韓 전액 투자…"가스비 변동 리스크 없애고 고정 수익만 챙겨"
원전 8기 펀딩 중 200억불 예비비는 "안 쓰면 굳는 돈"…추가 재정 부담 원천 차단
알래스카 LNG는 '상업적 합리성' 전제로 관세 혜택 패키지 확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이 뉴욕 한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대 2000억 달러 규모로 투입되는 대미 전략투자의 실제 자금 구조와 수익 배분 방식이 베일을 벗었다. 막대한 국부가 투입되는 3대 프로젝트의 핵심 방어막으로 단일 우산형 투자목적회사(I-SPV)와 '리스크 풀링(Risk-pooling)' 구조가 가동된다.

개별 사업의 부실 위험을 전체 프로젝트 수익으로 상쇄해 원금과 이자를 최우선으로 회수하고, 세금 가산(Gross-up) 및 변동비 부담 전가 등을 통해 철저하게 안정적인 '고정 수익'만 챙겨 국부 유출 우려를 차단하게 된 것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모든 대미 투자 프로젝트의 돈줄은 I-SPV로 통일된다. 한국이 I-SPV에 100%를 출자해 자금을 대고 주요 사항에 대한 '동의권'을 쥐며, 미국 상무부가 경영과 관리를 맡는 구조다. I-SPV 아래 개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자회사(P-SPV)들이 각각 설립된다.

이번 투자 구조의 가장 강력한 방어막은 단연 '리스크 풀링'이다. 통상 대규모 해외 인프라 투자는 사업이 안정화되면 수익 배분 비율이 투자자에게 불리하게(예컨대 한국 1 대 미국 9) 전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계약에서는 한국이 개별 사업의 성패와 관계없이 ‘전체 프로젝트의 총 원리금’을 100% 전액 회수할 때까지는 미국의 1대 9 전환을 전면 보류하고 한·미 수익 배분 비율을 무조건 5대 5로 묶어두도록 못 박았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백브리핑에서 "과거 양해각서(MOU) 단계에서 두루뭉술했던 리스크 풀링을 이번에 구체화했다"며 "설령 특정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다른 우량 프로젝트의 수익을 합산해 전체 원리금을 완전히 회수할 때까지 5대 5 배분 기간을 연장함으로써 한국의 투자금을 최우선으로 보전받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한국이 거둬들일 안정적인 '+알파(α) 수익'을 확실히 담보하기 위한 정교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우선 한국 측 투자 원리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간주이자율'은 미국채 20년물 금리에 프로젝트별로 한미 간 합의로 정하는 가산금리를 더한 값을 적용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국 측이 미국에 납부하는 소득 관련 세금은 한국의 배분금에 가산(Gross-up) 처리해 세금을 떼고 난 세후 기준으로도 한·미 간 5대 5 수익 배분 비율이 오차 없이 보장되도록 했다.

제1호 사업인 텍사스 가스복합화력 발전소 건설에는 총 223억 달러가 투입되며 한국 정부가 100% 단독 투자한다.

자금 회수의 핵심은 전력 구매자인 빅테크(AI 데이터센터)들과 맺을 '톨링(Tolling)' 방식의 장기 전력공급계약(PPA)이다. 데이터센터 측이 발전량과 무관하게 전체 설비용량(6472MW)을 기준으로 매월 고정 요금을 한국 측(발전소)에 지불한다. 발전소 가동에 필요한 가스 구매 비용과 용수, 폐기물 처리 등 변동 운영비는 전력 구매자가 직접 부담한다.

김 장관은 이 사업 구조에 대해 "변동성이 심한 가스 가격 리스크를 발전사가 아닌 전력 구매자(데이터센터)와 가스 공급사가 부담하도록 상쇄했다"며 "우리는 데이터센터가 제공하는 고정 가격만 안정적으로 받게 되어 있어 캐시플로우(현금흐름)의 변동성을 없애다는 것만으로도 상업적 합리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해당 사업에 총 223억 달러(약 30조원)를 투입해 20년간 446억 달러(약 60조 원) 이상의 총원리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고있다.

▲원전 프레임워크 주요내용. (자료제공=산업통상부)

미국 내 대형 원전 8기(한국형 APR1400 2기, 웨스팅하우스 AP1000 6기) 건설을 위한 원전 프레임워크에는 최대 1200억 달러의 자금이 투입된다. 세부 자금 및 건설 로드맵을 보면 원전 2기당 건설비 250억 달러에 공사비 초과 대비 예비비 50억 달러를 더해 총 300억 달러씩 4개 세트로 구성됐다.

건설 순서는 AP1000 2기 선행 건설 후, APR1400과 AP1000을 각 2기씩 순차 배치하고, 마지막으로 AP1000 2기를 완공하는 순으로 짜였으며, 각 단계별 EPC(설계·조달·시공) 계약 시차는 6개월 이내로 밀착 관리된다.

특히 기존 타협협정(SA)의 족쇄에 막혀 미국 내 건설이 원천 봉쇄됐던 한국형 노형 APR1400은 이번 기금 투자를 전제로 예외적 건설을 허용받았다. 부지는 미국 측이 지정한 연방 부지를 활용하되 한국 측이 재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미국 원전 건설의 고질적인 리스크인 공사비 초과 우려에 대해 김 장관은 "1200억 달러 중 200억 달러의 예비비는 공사비 초과 이슈에 대비해 책정해 둔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공사를 잘해서 예비비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투자금은 그대로 굳는(절약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 예비비는 실제 집행되지 않더라도 대미 투자 이행액 한도(총 2000억 달러)에 포함된 것으로 인정받는다.

아울러 정부는 2026년 12월 31일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우선 송금하기로 했다. 이는 원자로용기(제작 기간 54개월), 증기발생기(57개월) 등 발주부터 제작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이른바 '장주기 품목'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 자금은 단순한 해외 송금이 아니라 국내 기자재 업계의 선제작 등에 투입돼 한국으로 자금이 다시 환류되도록 설계됐다. 조속한 사업 추진과 함께 우리 원전 기자재 기업들의 참여 기회를 넓혀 주는 실리적 행보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수익 극대화를 위해 향후 기업공개(IPO) 단가 대비 10% 할인된 가격으로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의결권 포함)를 인수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된다.

김 장관은 지분 인수에 대해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상징적 수준의 최소한만 참여하고, 국내 사기업(민간 기업)들도 함께 지분 투자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초기 타당성 검토 단계에 착수하는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에는 약 500억~6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 역시 전체 대미 투자 프레임워크(총 2000억 달러, 연간 200억 달러 한도)의 통제 안에서 조건부로 설계됐다.

알래스카 북부의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해 LNG 터미널을 구축하는 이 사업은 과거 경제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던 만큼 우리 정부는 "철저한 상업적 합리성이 입증될 때만 추진한다"는 선제적 방어막을 쳤다. 다만 카타르 의존도 및 호르무즈·말라카·대만해협 등 지정학적 해상운송 노선 리스크, 파나마 운하 가뭄 사태 등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 안보 차원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검토를 개시하기로 했다.

또한 사업 추진 시 미국 측으로부터 철강 등 주요 기자재 관세 인하, 장기 LNG 구매계약 보장, 생산 물량 우선 접근권 등을 패키지로 확약받았다. 이를 통해 미국의 통상 압박을 안정적인 자원 안보와 수출 확대의 기회로 적극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번 합의가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남아 있다.

원전 프레임워크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큰 틀의 협력 방안인 만큼 향후 부지 선정과 세부 사업구조 설계 과정에서 상업적 합리성을 꼼꼼히 입증하고 국회 보고 등의 절차를 원활히 통과해야 한다.

김 장관은 "이번 대미 프로젝트는 단순히 지난해 한미 관세합의를 이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기업이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기회"라며 "투자를 통해 우리 기업과 산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