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대 그룹 은행 익스포저 109조 돌파
단기 만기·담보 부담은 '숙제'

회사채 금리가 고공행진하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 금리를 낮춰주면서 대기업 대출 영업을 공격적으로 확대 중이다. 자금 수요가 시급한 기업들이 회사채 대신 은행 창구로 발길을 돌리면서 기업금융 시장의 자금 조달 지형도가 기존 회사채 중심에서 대출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 대출은 담보를 요구하거나 만기가 1년 내외로 짧아 기업들의 자금조달 구조가 불안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 무보증 3년 만기 회사채 금리가 4%대 중후반 수준으로 가파르게 오르면서 회사채 발행 시장이 급격히 냉각됐다. 회사채 금리가 급격하게 뛰면서 기업들은 금리를 낮춰주는 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6대 대기업그룹(삼성·SK·현대차·LG·한화·롯데)에 대한 신용공여(익스포저) 잔액은 올 6월 말 기준 109조71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97조1390억원보다 12조5764억원(12.9%) 증가한 수치다. 자금줄이 마른 대기업들이 회사채 조달 창구를 닫는 대신 은행 대출을 대거 늘린 결과다. 정부가 가계대출을 규제하면서 은행들도 기업대출 확대로 눈을 돌렸다.
과거에는 수요예측을 통해 기관 투자자들의 경쟁 입찰을 유도하는 회사채가 은행 대출보다 차입 금리가 기업대출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 기업 입장에선 3년, 5년 등 장기 운전자금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최선의 조달 수단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채권 투자 수요마저 크게 위축되자, 오히려 금리를 유연하게 깎아주는 은행권 대출의 단기 금리 경쟁력이 부각되는 역전 현상이 빚어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금리 방향이 과거와는 다르게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단기간 내에 금리 흐름이 꺾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보니, 연내에 서둘러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은 내년 여건을 더 부정적으로 보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기업들의 은행 대출 쏠림이 건강한 자금 조달 방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회사채는 통상 무담보로 장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반면, 은행권 기업대출은 담보 제공 요건이 까다롭거나 무담보 신용대출의 경우 만기가 1년 안팎으로 짧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대출을 통한 차입은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임시방편은 될 수 있어도, 차환 압박이 매년 반복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회사채 시장의 조달 기능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기업들의 중장기 투자 계획 및 재무 안정성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