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SK, 반도체ㆍAIDC에 초대형 투자
현대차는 AIㆍ로봇, LG는 데이터센터 집중
‘컴퓨팅 자본’ 보유 여부가 새 경쟁력으로
대ㆍ중소기업 간 AI 격차 확대 우려도

AI가 산업의 생산수단 자체를 바꾸고 있다. 산업화 시대에는 공장과 기계가 기업 경쟁력을 갈랐다면 AI 시대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자체 AI 모델, 로봇과 데이터가 새로운 생산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주요 그룹도 이 같은 ‘컴퓨팅 자본’ 확보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과 SK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현대자동차그룹은 AI 자율제조와 로보틱스, LG는 AI 데이터센터와 자체 AI 모델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막대한 전력과 GPU 등 인프라를 직접 확보할 수 있는 기업과 외부 서비스를 빌려 써야 하는 기업 간 격차도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발표한 AI 관련 투자·프로젝트 규모는 약 5000조원에 달한다. 삼성은 국내 미래산업에 2655조원을 투자해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광주 반도체 단지, 해남 AI 데이터센터, 천안·온양 고대역폭메모리(HBM) 팹, 구미 피지컬 AI·휴머노이드 로봇 라인 등을 구축한다. SK도 전국 15GW(기가와트) 규모 AI 데이터센터에 약 1000조원, 용인·청주·서남권 AI 메모리 생산벨트에 1100조원을 투입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2026~2030년 국내 투자 125조2000억원 가운데 50조5000억원을 AI·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전동화·로보틱스·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배정했다. ‘아트리아 AI’ 기반 자율주행과 AI 자율제조,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생산 확대가 핵심이다. LG는 파주 200MW(메가와트)급 AI 데이터센터와 최대 GPU 576장을 수용하는 1.2MW급 ‘AI 박스’, ‘부산 AI 박스 캠퍼스’ 등을 중심으로 실물 AI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다.
각 그룹의 AI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점은 뚜렷하다. AI를 활용하는 수준을 넘어 AI를 돌리는 인프라와 반도체, 로봇 자체를 확보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AI 반도체와 제조 인프라, SK는 AI 데이터센터와 메모리, 현대차그룹은 AI 자율제조와 로봇, LG는 AI 데이터센터와 자체 AI 모델·냉각 인프라를 중심으로 각각의 ‘AI 생산수단’을 쌓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기업 간 격차를 더 벌릴 가능성도 있다. AI 데이터센터와 GPU, 반도체 팹 등은 초기 투자비가 막대하다. 대기업은 자체 인프라 구축을 통해 AI 사용량이 늘어도 한계비용을 낮출 수 있지만 중견·중소기업은 클라우드나 외부 AI 서비스를 사용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AI가 생산성을 높일수록 격차가 다시 투자 격차로 이어지는 구조도 가능하다. 자본력이 큰 기업이 먼저 AI 인프라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인 뒤 늘어난 이익을 다시 AI에 투자하면 후발 기업과의 격차가 누적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AI 시대 기업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며 "매출과 공장 수, 설비 규모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GPU와 데이터센터, AI 반도체, 데이터, 로봇을 확보했는지가 기업의 새로운 생산능력으로 평가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