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사교육 카르텔’ 잡겠다더니…대입 관문은 사교육업체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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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카르텔’을 잡겠다던 정부에서 대학 입시의 첫 관문은 17년째 민간업체의 시스템을 통해 운영되고 있었다. 2027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 ‘먹통’ 사태는 대입 원서접수 체계에서 정부와 대학, 민간업체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다시 묻게 했다.

수시 원서접수 마감을 불과 10분 앞두고 유웨이어플라이 시스템이 멈췄다. 원서를 내지 못한 수험생들이 속출했고 결국 1588건의 구제 신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414명이 구제 가능 대상으로 인정됐고, 최종 354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마감시간 연장 과정에서 이미 공개된 경쟁률을 확인한 뒤 지원한 것으로 파악된 3명에 대해서는 접수 취소 권고까지 내려졌다.

사태 이후 드러난 것은 애매한 책임 구조다. 대학들은 사실상 유웨이와 진학사 두 민간업체를 통해 원서를 받고 있다. 대학과 업체가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만큼 교육부가 업체를 직접 감독하거나 제재할 법적 권한은 제한적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원서접수 과정과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공통원서접수 체계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대학들과 함께 운영하고 장애 발생 시 대교협을 중심으로 대응한다. 관여는 하지만 직접 감독할 권한은 제한적인 구조인 셈이다.

정부는 사교육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겠다며 ‘사교육 카르텔’과 입시 불공정을 강조해왔다. 그런데 정작 국가가 공정성을 가장 엄격하게 보장해야 할 대입 원서접수는 두 민간업체가 구축한 시스템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때는 효율적인 민간 활용으로 보였지만 서버가 멈추자 최종적인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는 선명하지 않았다.

물론 민간업체에 업무를 맡겼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랜 기간 대규모 접속을 처리하며 축적한 기술과 운영 경험도 무시하기 어렵다. 공공 시스템을 새로 만든다고 장애 가능성이 사라진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해법을 단순히 ‘민간이냐 공공이냐’의 문제로 좁혀서는 안 된다. 민간에 맡기더라도 정부가 시스템 안정성을 어떻게 검증하고 장애 발생 시 누가 책임질 것인지를 명확히 하는 게 먼저다.

더 뼈아픈 것은 ‘공정’의 문제다. 서버 장애 피해자를 구제하지 않을 수도 없고, 구제하면 마감시간을 지킨 다른 수험생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긴다. 실제 연장시간에 경쟁률을 확인하고 지원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단순한 전산사고는 대입 공정성 논란으로 번졌다. 시스템 하나가 멈춘 대가는 너무 컸다.

공교롭게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취임 후 최저 수준이다. 이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민생과 개혁 등을 강조했지만 수시 원서접수 사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았다. 입시는 수험생 한 명을 넘어 가족 전체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영역이다. 교육 행정에 대한 신뢰 역시 정부가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다.

교육은 거창한 정책 구호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다. 수험생이 정해진 시간에 원서 한 장을 문제없이 제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역시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 행정이다. 정부가 직접 서버를 운영할지, 전문성을 가진 민간업체를 활용할지는 그 다음 문제다.

누가 시스템을 운영하든 대입의 최종 책임은 공공에 있다는 원칙 아래 관리·감독 권한과 장애 대응 책임을 명확하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번에 점검해야 할 것은 업체의 서버만이 아니다. 정부의 관리 체계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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