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니어스법으로 준비자산·상환·감독 제도화
韓 기본법 지연…과세·결제·이용자 보호 과제 산적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시장 대부분을 점유한 가운데 미국은 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며 달러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가 대주주 지분 제한과 발행 주체 공방에 묶이면서 과세·결제·이용자 보호 등 핵심 과제가 뒤로 밀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가상자산 정보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달러에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은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99%를 차지한다.
미국은 달러 중심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며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스테이블코인 규제법인 지니어스법(GENIUS Act)을 제정하고 발행사에 현금과 단기 국채 등으로 준비자산을 확보하도록 하는 등 상환과 감독에 관한 규칙을 마련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유통 범위를 넓히고 단기 미국 국채의 새로운 수요 기반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하면 미국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도 디지털 지갑을 통해 달러 가치의 자산을 보유하고 주고받을 수 있다.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미국 국채를 매입하면서 국채 수요도 뒷받침한다. 달러의 영향력이 은행과 외환시장을 넘어 가상자산 거래·결제망으로 확장되는 구조다.
한국도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야 하지만 제도의 기초가 될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는 대주주 지분 제한 등 소모적인 공방에 머문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 사업자의 공시 의무와 거래소의 상장·유통 기준, 수탁·결제 사업자의 진입 요건과 이용자 보호 책임 등을 구체화해 글로벌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의 역시 은행의 ‘50%+1주’ 지분 보유 방안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발행사의 준비자산을 누가 감독할지, 이용자가 상환을 요구하거나 발행사가 파산했을 때 자산을 어떻게 보호할지까지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해외 사업자가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때 지켜야 할 의무와 감독 범위도 주요 과제다.
전문가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국내 기업의 사업 기회를 넘어 통화주권과도 연결된다고 지적한다. 박성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자국 통화 대신 달러 자산을 보유하고 결제하는 흐름이 확대되면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약해질 수 있다"라며 "주요국이 추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역시 자국 통화의 결제 기능과 통화주권을 지키려는 대응"이라고 진단했다.
디지털자산기본법과 별개로 가상자산 과세는 내년 시행을 앞뒀지만 거래정보 확보가 관건으로 남는다. 국내 거래소 밖에서 이뤄진 거래의 매입 가격과 매도 대금을 확인하지 못하면 과세 대상 소득을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정보 교환 체계가 추진 중이지만 참여국과 사업자별 적용 범위에 따라 확보 가능한 자료가 달라질 수 있다.
리닷페이 같은 가상자산 연계 카드는 달라진 거래 경로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용자는 국내 거래소에서 코인을 팔고 원화를 출금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보유 자산을 소비에 활용할 수 있다. 가맹점에는 기존 카드망을 통해 법정화폐로 정산되지만 이용자의 자산 처분과 소비가 해외 서비스에서 이어져 국내 거래소 자료만으로 전체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