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과를 사먹고, 두바이 쫀득 쿠키를 찾아 헤매고, 버터떡까지 맛봤다면 이제 다음 목적지는 떡집입니다. 과일을 통째로 품은 찹쌀떡부터 피자 맛 설기까지, 떡이 제대로 '요즘 디저트' 대열에 합류했거든요. 이름난 떡집을 찾아 전국을 누비는 '떡지순례'도 한창입니다.
그런데 이번 유행에는 조금 색다른 응원이 붙습니다. "떡 유행이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적지 않은데요. 맛있는 디저트를 발견한 기쁨에 우리 전통 음식과 동네 떡집을 응원하는 마음까지 더해진 모습입니다. 떡 하나 사 먹었을 뿐인데 괜히 뿌듯하기까지 한 이 유행,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요즘 디저트의 인기 조건, 맛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합니다.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얼마나 쫀득쫀득한지도 따져봐야 하거든요. 두바이 쫀득 쿠키에 버터떡, 이제 과일 찹쌀떡과 각종 설기까지. 유행의 주인공은 바뀌는데 입안에 남는 '쫀득함'은 꽤 끈질깁니다.
최근 다시 주목받는 건 과일 찹쌀떡입니다. 성수동에서 출발한 디저트 브랜드 한정선은 딸기, 통귤 등 과일을 넣은 찹쌀떡에 무화과, 두바이, 블루베리 요거트 같은 라인업을 추가하며 선택지를 넓혀 다시 한번 '붐'이 일었는데요. 인기는 편의점으로도 이어졌습니다. GS25가 한정선·로로멜로와 협업해 내놓은 냉동 제품 '한정선 요거트 찹쌀떡'은 13일 기준 누적 판매량 38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백설기도 달라졌습니다. 피자 토핑과 치즈를 더한 '피자설기', '콘치즈설기'가 대표적인데요. 인천 부평종합시장의 풍년떡집에는 이 떡을 사려는 손님들이 평일 아침부터 긴 줄을 서고 있습니다. 팥이나 콩고물을 떠올리게 하던 떡이 피자 맛까지 품은 셈이죠.
실제 떡 소비의 저변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인절미·송편 등 떡 간식류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6.3% 늘었고, 올해 1~3월에도 약 10%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냉동떡류 매출은 84.9% 뛰었는데요. 특정 인기 제품을 찾아 줄을 서는 열풍과 함께 다양한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집에 두고 꺼내 먹을 수 있는 떡 수요도 커진 겁니다. 유행하는 메뉴는 빠르게 바뀌어도 쫀득한 한입을 찾는 취향은 다음 메뉴로 계속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떡 이외에도 쫀득함을 앞세운 신제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전 대표 베이커리 성심당은 사내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은 '초코찰빵'을 출시해 눈길을 모았는데요. 진한 초콜릿의 달콤한 풍미에 타피오카의 쫀쫀한 식감을 더한 게 특징이죠. 던킨은 6월 '호박 인절미 카스텔라 도넛'을 선보였고, 뚜레쥬르는 5월 딸기우유 크림과 크림치즈를 넣은 '쫀득 딸기우유 크림빵'을 출시했습니다. 파리바게뜨는 초코 반죽에 다크 초콜릿 코팅을 더한 '초코 쫀득 츄러스'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크로켓'에 이어 이달 '감자쫀떡'을 내놨습니다.
이 흐름을 보면 '다음에 무엇이 유행할까'만큼 '다음엔 무엇을 쫀득하게 만들까'도 궁금해집니다. 떡을 먹으며 익숙해진 식감이 쿠키와 파이, 음료와 피자를 오가며 새로운 제품을 맛보게 하는 연결고리가 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낯선 이름의 디저트도 쫀득하다는 설명이 붙으면 어떤 맛일지 한층 쉽게 상상할 수 있죠.

쫀득한 한입을 찾는 취향은 소비자들의 발걸음도 바꾸고 있습니다. 집에 두고 먹을 떡을 사는 데서 나아가, 이름난 떡집을 직접 찾아가는 건데요. 유명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에 이어 이제는 '떡지순례'입니다. 어떤 떡을 먹느냐뿐 아니라 어디서 사 왔느냐까지 즐길 거리가 된 거죠.
이쯤 되면 떡집마다 무엇이 그렇게 다른지 궁금해집니다. 같은 찹쌀떡이나 인절미라도 속재료와 고물, 만드는 방식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달라지는데요. 과일을 넣은 찹쌀떡을 먹다가 크림을 채운 제품으로 눈을 돌리고, 피자설기를 맛본 뒤 다른 설기도 찾아보는 식입니다. 익숙한 음식인데 아직 맛보지 못한 조합이 많다는 점이 다음 떡집으로 향할 이유가 됩니다.
SNS는 이 과정에서 일종의 '떡 지도' 역할을 합니다. 떡의 단면이나 치즈가 늘어나는 영상을 보고, 판매처와 나오는 시간을 확인해 찾아가는 건데요. 직접 산 떡을 다시 찍어 올리면 그 게시물이 다음 사람의 방문을 부릅니다. 맛을 평가하는 후기와 '나도 먹어봤다'는 인증이 쌓이면서, 동네 떡집이 멀리 사는 소비자의 목적지가 되는 거죠.
앞서 소개한 부평종합시장 풍년떡집도 그렇습니다. 37년째 영업해온 이 떡집은 젊은 층을 겨냥한 퓨전 설기가 SNS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새로운 손님들을 맞았는데요. 평소 전통시장을 이용할 일이 없었지만 피자설기와 콘치즈설기를 사려고 방문했다는 소비자도 어렵지 않게 포착됐죠.
전국을 돌아다닐 시간이 없다면 백화점 팝업이 순례 코스를 대신하기도 합니다. 더현대 서울에서 지난달 열린 창억떡 팝업에는 일주일간 1만 명 이상이 방문했습니다. 롯데백화점도 자이소와 영도다리떡방, 익산찹쌀떡 등 지역 유명 떡집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롯데백화점 본점·잠실점의 7~8월 떡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늘었습니다.
이렇게 떡은 먹는 즐거움에 찾아가는 재미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떡집의 대표 메뉴를 고르고, 주변 골목을 둘러보고, 방문 후기를 남기는 과정이 하나의 경험이 되는 셈이죠.

떡지순례에는 최근 젊은 층이 오래된 가게를 방문하는 경험 자체를 하나의 소비 콘텐츠로 즐기는 흐름도 맞물려 있습니다. 동네 떡집의 대표 메뉴를 맛보고, 가게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보고, 방문 후기를 공유하는 건데요.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간 드나든 익숙한 떡집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롭게 발견한 '맛집'이 되는 겁니다.
이런 변화가 더욱 반가운 건 그동안 동네 떡집의 사정이 녹록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과거에는 경조사마다 축하 떡을 나누는 이른바 '떡 돌리기' 문화가 일반적이었지만, 기념일을 챙기는 방식이 간소해지고 케이크와 쿠키 등 디저트 선택지도 늘면서 떡을 찾는 수요가 줄었는데요. 원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전통 떡집의 폐업률이 최근 5년간 15%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손님들이 평소 간식으로 먹을 떡을 사러 찾아오는 건 새로운 기회가 되는 거죠.
"이번 유행은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응원도 이런 맥락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맛있는 디저트를 즐기는 일이 지역 가게의 매출로 이어지고, 오래된 떡집이 다시 주목받는 계기가 되기 때문인데요. 맛 때문에 시작한 소비에 동네 가게에 보탬이 된다는 뿌듯함까지 더해지는 겁니다.
이는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소비로 표현하는 '가치소비', 이른바 '미닝아웃'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제품의 가격과 품질뿐 아니라 누구에게 돈이 돌아가는지, 구매가 어떤 영향을 남기는지에도 의미를 두는 거죠.
젊은 층의 이런 소비 성향은 조사에서도 드러납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전국 만 17~28세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경영과 소비 트렌드 인식 조사'에서 응답자의 66.9%는 ESG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기업의 비윤리적 행위나 ESG 관련 부정적 이슈로 구매를 중단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63.7%였죠. 구매하거나 구매하지 않는 선택으로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표현하는 모습입니다.
물론 이 조사가 떡 구매의 동기를 직접 보여주는 건 아닙니다. 다만 소비가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성향은 지역 떡집을 응원하는 마음과 연결해볼 수 있는데요. 맛있는 간식을 발견한 즐거움에 가게의 성장을 지켜보는 보람까지 보태진다면, 유행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이유도 하나 더 생기는 셈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