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긴축 전환에 한은도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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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은행의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연준은 15∼16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연 3.75∼4.00%로 0.25%포인트(p) 인상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은 2023년 7월 이후 3년 2개월 만이다. 당시 연준은 금리를 연 5.25∼5.50%로 0.25%p 올렸다.

연준이 다시 긴축으로 방향을 튼 배경에는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2월 말 이란 전쟁 이후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도 커졌다.

연준은 금리 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조치가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높은 물가가 장기간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날 공개된 점도표에서 워시 의장을 제외한 FOMC 위원 19명 중 18명이 제시한 올해 말 금리 전망치의 중간값은 4.1%로 지난 6월보다 0.3%p 높아졌다.

18명 가운데 12명은 연말 금리를 현재보다 0.25%p 높은 연 4.00∼4.25%로 전망했다. 4명은 4.25∼4.50%, 2명은 현 수준인 3.75∼4.00%를 예상했다.

연준의 긴축 전환은 한은에도 부담이 될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물가와 집값 불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미 금리 격차까지 다시 벌어졌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지호 한은 부총재보는 지난 2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 품목을 중심으로 기조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반도체 호황을 등에 업은 높은 성장세가 수요 측 물가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변수다.

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26.4% 증가해 1979년 3분기(27.7%) 이후 47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은도 지난 10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명목 성장률 급등이 수요 측 물가 압력과 금융 불균형 위험을 높일 가능성을 경계했다.

환율도 금통위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는 미국 금리 상단 기준 0.75%p에서 1.00%p로 다시 확대됐다. 금리차 확대가 곧바로 원화 약세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6월 초 1,560원을 넘어서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던 원·달러 환율은 7월부터 하락해 이달 9일 1330원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하지만 FOMC를 앞두고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 1370원대로 올라섰다.

서울 중저가 지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점도 금리 인상 쪽에 힘을 싣는 변수다. 물가뿐 아니라 환율과 부동산 등 금융안정 측면에서도 금리를 낮추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고 한은이 곧바로 연준을 따라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은은 이미 7월과 8월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선제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통위도 연속 인상 이후에는 그 파급 효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는 ‘향후 통화정책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문구를 삭제해 속도 조절 가능성을 내비쳤다.

8월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연 3.25%다. 현재 기준금리 3.00%보다 0.25%p 높은 수준으로, 추가 인상 가능성 자체는 열려 있지만 시점에는 여지가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10월보다는 11월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반도체 호황을 제외하면 경기 회복의 온기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점도 한은이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요인이다.

가계의 이자 부담도 변수다. 최근 공개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는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은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과 금융권 건전성 위험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금통위원 내부에서도 이런 우려가 나온다. 황건일 위원은 “양극화 심화 양상과 취약 부문에 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지난달부터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내고 있다.

결국 한은의 선택은 물가·환율·부동산 불안을 억제할 필요성과 연속 인상에 따른 경기·취약차주 부담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연준이 다시 긴축의 문을 연 만큼 한은으로서도 추가 인상 카드를 내려놓기는 어려워졌지만, 인상 시점과 속도를 둘러싼 고민은 한층 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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