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상원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규제 체계를 정비하는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의 절차 표결이 부결되면서 기대가 쏠렸던 국내 코인 관련주가 급락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증시에서 코인 관련주로 분류되는 헥토파이낸셜(-16.32%), 더즌(-18.31%), 다날(-10.20%), 카카오페이(-11.48%), NHN KCP(-8.37%) 등이 크게 내렸다.
미국 상원에서 '디지털자산 시장 명확성 법', 이른바 클래리티 법안이 표결에서 부결된 영향이다. CNBC에 따르면 클래리티 법안은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본회의 심의로 넘어가기 위해 필요한 찬성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클래리티 법안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구분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규제 관할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골자로 한다.
이에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도 하락세를 탔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7만5000달러, 2400달러 안팎으로 밀렸다. 간밤 미국 증시에서 코인베이스는 전일 종가 대비 10% 이상 하락한 172.11달러, 비트코인 84만5000개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 스트래티지의 주가도 5% 이상 내린 129.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가상자산 업계 주요 인사들과 만나 클래리티법의 의회 통과를 촉구하면서 코인 관련주에 투심이 집중됐다. 다음날인 지난달 20일, 국내 증시에서는 NHN KCP(9.17%), 카카오페이(8.97%), 헥토파이낸셜(15.63%), 다날(9.58%), 더즌(26.05%) 등 코인 관련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해외주식을 거래하는 국내투자자 '서학개미'도 디지털자산 관련 종목의 매수를 늘렸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인 8월 4주차(24일~28일)에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순매수 2위(약 8328만 달러)로 뛰어올랐다. 비트마인 이머전(9위, 4621만 달러), 서클 인터넷(19위, 2470만 달러), 로빈후드(22위, 2162만 달러)가 일제히 상위권에 진입했다.
이 기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와 거래소 종목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다. 이더리움 선물 가격을 2배 레버리지로 추종하는 Volatility Shares Trust 2X Ether ETF(29위, 1582만달러), 코인베이스(33위, 1386만달러), ProShares Ultra Bitcoin ETF(44위, 821만달러), 2X Bitcoin Strategy ETF(47위, 709만달러) 등 투자 종목이 크게 늘었다.
서학개미는 9월 1주차 들어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1억1378만 달러(16위)어치를 사들이며 순매수 1억 달러를 돌파했다. 비트마인 이머전(31위, 4756만달러), 서클 인터넷(42위, 3537만달러), 로빈후드(49위, 2778만달러)에 대한 매수세도 이어갔다.
미 의회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곧 휴회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클래리티법의 연내 처리는 불투명해졌다는 평가다. 미국 CNBC는 "표결 실패로 인해 암호화폐 업계가 더 명확한 규정을 가지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부결로 11월 중간선거 일정과 정치적 이해관계로 연내 통과가 불투명해졌다고 보고 있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제 11월 중간선거 이후 남은 회기의 재추진 여부가 관건"이라며 "다만 민주당이 상원이나 하원을 탈환하면 새 의회에서 협상 주도권을 갖기 위해 법안 처리를 미룰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법적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국내 관련 사업 추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유진 LS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디지털자산의 법적 성격과 관할 체계가 확립되면 국내 법안 논의에도 구체적인 규제 준거로 자리할 수 있으나, 절차가 지연될 시 국내 정책당국의 신중론을 더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