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통신·인허가까지 따져야…센터 따라 입지도 달라
하남 IDC 개발 경험…AI 변화 맞춰 장비·설계 지속 수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투자 열기가 높아졌지만 전력 확보만으로 좋은 투자처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전력을 기본 조건으로 두되 △센터의 용도와 산업 수요 △통신환경과 다른 센터와의 연결성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 △임차인 확보와 금융조달 △빠른 기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까지 함께 따진다.
홍창의 이지스자산운용 리얼에셋부문 디지털사업파트 이사는 최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데이터센터는 산업 수요에 따라 많이 다르다”며 “물류센터처럼 입지만 보고 접근하기보다 센터가 맡을 기능과 다른 센터와의 연결성을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투자 경력 16년인 홍 이사는 판교 알파돔타워와 마곡 원그로브 개발투자를 거쳐 하남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개발에 참여했다. 현재 이지스의 데이터센터 사업을 담당한다.
첫 번째 조건은 전력이다. 홍 이사는 “데이터센터는 전력이 없으면 애초에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전력을 확보했다고 곧바로 투자 검토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AI 데이터센터만 해도 학습·연산·추론센터와 클라우드센터, 백업센터가 요구하는 조건이 각각 다르다. 학습센터는 내부에서 연산이 이뤄지는 만큼 상대적으로 지방 입지가 가능하지만, 낮은 지연속도와 연결성이 중요한 센터는 수도권 수요가 남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홍 이사는 “다 수도권에 몰리려 했던 것들이 앞으로 각자의 기능에 맞게 분산될 것”이라며 “어떤 산업 수요를 타깃으로 하고 어떤 기능의 센터를 만들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신환경과 센터 간 연결성도 투자 판단의 핵심이다. 이지스는 개별 데이터센터 한 곳을 독립된 부동산으로 보기보다 대형 센터와 도심 소형 엣지센터, 재해복구용 백업센터 등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전략을 추진한다. 단일 물건이 아니라 센터들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투자 관점을 확장해야한다는 것이다.
비수도권에서는 부산을 주목했다. 그는 “전기만큼 중요한 게 통신”이라며 “우리나라 해저케이블의 상당 부분이 부산·울산·경남 쪽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부산을 다음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 트랙레코드는 하남 IDC다. 이지스와 LG CNS가 함께 개발한 하남 IDC는 40MW급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로, 지하 2층~지상 10층·연면적 약 4만2000㎡ 규모다. 2023년 말 준공한 뒤 2024년 7월 맥쿼리인프라에 약 7340억원대에 매각됐다. 준공 전 IT 로드의 99% 이상을 약정하며 카카오 등 주요 임차인을 확보했다.
하남 IDC는 국내 자산운용사 최초로 부지 매입부터 개발, 운영 안정화, 매각까지 전 과정을 마친 사례로 평가된다. 홍 이사는 “LG CNS를 비롯해 당시 함께 시작한 파트너들과 사업을 완성한 경험이 쌓이면서 파트너십 측면의 믿음도 커졌다”고 말했다.

지금은 하남 IDC를 추진했던 당시보다 투자 조건이 까다로워졌다. 코로나19 이후 콘텐츠 트래픽과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했지만 데이터센터 공급에는 통상 3~5년이 걸린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원자재 수급 차질까지 겹치면서 장비 제작기간도 늘었다. 홍 이사는 “하남 데이터센터를 할 때 장비 발주부터 설치까지 10개월 정도 걸렸다고 하면 지금은 최소 2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전력 확보 이후에는 인허가와 주민 수용성이 또 다른 관문이다. 전력 부족과 주민 민원이 맞물리면서 입지 자체가 사업 가능성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는 설명이다. 하남 IDC 역시 사용승인을 앞두고 주민 공청회와 지역 학교 코딩교육, 지역 인재 우선 채용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접점을 넓혔다.
금융기관은 임차 수요까지 더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데이터센터 투자 경험이 축적되면서 기관투자자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선임차를 요구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홍 이사는 “대출기관 입장에서는 결국 대출금을 회수해야 한다”며 “사업이 잘될 개연성을 미리 확정해야하는 요구도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수익률만 높다고 투자할 수 있는 자산도 아니라는 판단이다. 홍 이사는 “예전에는 ‘수익률이 높다’, ‘보수가 싸다’로 경쟁했지만 지금은 이 상품의 콘셉트가 무엇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기획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조건은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력이다. 데이터센터는 개발에 3~5년이 걸리는 반면 AI 기술과 서버·장비는 훨씬 빠르게 바뀐다. 현재 기준으로 최적화한 설계가 준공 시점에는 뒤처질 수 있다는 의미다. 홍 이사는 “개발 중인 노트북을 5년 뒤에 고객이 받는다고 가정하면 된다”며 “데이터센터도 오퍼레이터들과 계속 논의하면서 마치 운영체제(OS) 업데이트하듯 장비나 기술을 계속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