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부수법안 지정 제외해야”…교육위·관련 상임위 공동 검증 요구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안을 두고 교육재정 감소와 교육자치 위축 가능성을 충분히 검증해야 한다며 국회에 전면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특히 55년간 유지된 내국세 연동 방식을 바꾸는 법안이 충분한 상임위원회 심사 없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처리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별도의 심사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는 16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편은 단순한 산식 변경이 아니라 국가가 교육재원을 어떻게 보장하고 교육자치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관한 중대한 문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6개 시·도교육감이 참석했으며, 이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편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정부는 지난 3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현행 내국세 20.79%와 교육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고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간 명목 국내총생산(GDP) 변화율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새 산식에는 학령인구 변화율이 35% 반영된다.
교육감들은 학령인구 감소가 교육비용 감소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학생 수가 줄더라도 학교와 학급 유지비가 계속 발생하는 데다 노후시설 개선과 돌봄·특수교육, 기초학력, 학생 마음건강 등 새로운 교육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특수교육대상자는 2016년 8만7950명에서 지난해 12만735명으로 37.3% 증가했고, 다문화학생은 20만2208명으로 전년보다 4.3% 늘었다.
정부와 교육감협의회 간에는 교부금 증가 규모를 둘러싼 시각차도 나타났다. 협의회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 교부금이 7조2000억원 증가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한 실제 교부액 76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액은 2조4000억원이다. 여기에 담배소비세분 지방교육세 일몰과 고교무상교육 국비 축소, 균특·지방이양 보전분 일몰 등을 반영할 경우 협의회가 산출한 실질 순증액은 2259억원(0.3%)이다. 반면 교직원 인건비 자연 증가와 국가 정책사업 등에 따른 필수 지출은 3조14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협의회는 추산했다.
새 산식의 출발점도 쟁점이다. 정부 개정안은 2026년 실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76조4380억8600만원보다 7479억200만원 적은 75조6901억8400만원을 최초 기준액으로 설정했다. 협의회 측은 전년도 교부금을 다음 연도 산정의 기초로 삼는 구조상 낮아진 기준액이 이후 연도의 산정기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부금 개편과 함께 추진되는 미래대응기금과 교육세 배분 방식도 논란거리다. 미래대응기금법안은 교부금 개편에 따른 차액을 교육·인재계정 재원으로 활용하도록 하면서 사용처에는 영유아 보육·교육과 고등·평생교육을 규정하고 있지만 초·중등교육은 명시하지 않았다. 또 금융·보험업분을 제외한 국세 교육세 가운데 기존에 초·중등교육에 쓰이던 교부금 몫 40%, 약 1조8000억원을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로 이전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감들이 특히 문제 삼은 것은 국회 심사 일정이다. 현재 국회 교육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정부는 관련 개편안을 2027년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으로 지정하려 하고 있는데,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된 뒤 소관 상임위가 11월30일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 날인 12월1일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간주된다. 협의회는 55년간 유지된 교육재정 체계를 바꾸는 법안인 만큼 예산 일정에 맞춰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협의회는 국회에 현행법과 비교한 교육재원 감소 규모와 교육자치에 미치는 영향을 검증하고, 교육위원회와 관련 상임위원회가 공동 검증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해당 개정안을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 지정 대상에서 제외해 충분한 토론과 실질적인 심사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근식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 회장은 “오래된 제도라고 해서 바꾸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55년간 교육재정의 근간이 되어 온 제도를 바꾸려면 새로운 제도가 아이들의 교육을 지금보다 더 안정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는 충분한 근거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