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속도전보다 '지역경제 맞춤형 설계'⋯"노동 재편·데이터센터 공급망 중요"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이 지역경제에 있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인프라 구축을 넘어 공장 설비와 기업 조직, 제도를 전면 재배치하는 '보완적 혁신'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범용 기술이 경제 전반의 도약을 이끌어내기까지는 기존 시스템을 기술에 맞춰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신 총재는 15일 대전 롯데시티호텔에서 열린 '2026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 개회사를 통해 "AI가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인지는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하느냐보다,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지역경제를 어떻게 재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신 총재는 19세기 말 최초의 산업용 발전기인 '다이너모(Dynamo)' 역사를 인용한 경제사학자 폴 데이비드의 연구를 소개하며 AI 시대의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당시 공장의 동력원이 증기기관에서 전기로 바뀌었을 때 생산성이 즉각 높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변화는 더뎠다"며 "공장 설비구조가 여전히 과거 증기기관 체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라는 새로운 기술에 맞춰 공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친 뒤에야 비로소 생산성 폭발이 나타났다"면서 "범용 기술의 경제적 효과는 기술 도입 시점이 아니라 그 기술에 맞게 생산시스템이 전면 재편될 때 발현된다"고 역설했다.
신 총재는 현재의 AI 기술 역시 동일한 역사적 경로 위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AI 도입이 실제 생산성 확대로 연결되려면 소프트웨어 설치나 데이터센터 건설에 그치지 않고, 근로자의 역량 강화와 기업의 업무 방식 변화, 지역 산업 및 시장과의 유기적 연계라는 '보완적 혁신'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기술혁신의 거대한 물결 앞에서 우리는 막연한 기대나 두려움을 넘어 시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이번 심포지엄이 지역경제가 AI라는 파도를 타고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로 4회째를 맞은 BOK 지역경제 심포지엄은 대전광역시에서 'AI 확산과 지역경제의 새로운 지형'을 주제로 열렸다.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제1세션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지역 노동시장 재편과 기업들의 인력 교육 투자 방안이 화두에 오른다. 이어진 제2세션에서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역 간 공급망을 거쳐 국가 전체 성장으로 파급되는 경로와 AI 검색 서비스가 물리적 공간 한계를 완화해 골목 상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분석해 발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