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모두의 창업’이 생태계가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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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창업’ 1차 모집에 6만2944명이 지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정부 부처 창업·아이디어 공모전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2차에서는 선발 인원을 1만 명으로 늘렸고, 보육기관도 170여 개로 확대했다. 창업의 문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출발이다.

홍보 문구도 눈에 띈다. ‘되면 창업, 안 돼도 스펙.’ 다만 이 메시지가 또 하나의 스펙 쌓기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시도했고 어떤 피드백을 받았으며, 아이디어를 어떻게 수정했는지가 다음 기회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문구에는 힘이 있다. 창업을 성공한 사람만의 영역이 아니라 누구나 도전하고, 그 경험을 다음 기회로 연결할 수 있는 과정으로 바라보게 했다. 성공 여부보다 도전의 축적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창업생태계 인식을 넓히는 메시지다.

‘보육 전문성·과정 데이터’의 축적

이제 중요한 것은 이 메시지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하는 일이다. 도전의 기회를 넓혔다면, 창업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경로도 단단해야 한다. ‘모두의 창업’이 차별화된 정책을 넘어 차별화된 창업 생태계로 자리 잡기 위한 전제 조건이 점검되길 바란다.

첫째, 보육의 전문성과 과정 데이터의 축적이다. 1차에서는 5000명 선발. 100여 개 기관이 참여했다. 2차에서는 선발 규모를 1만 명, 보육기관을 170여 개로 확대했다. 규모가 커질수록 어느 기관에서 누구에게 보육받느냐가 정책 품질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도 멘토 자격 기준과 지역 허브기관의 관리체계를 강화했다. 다만 보육 품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면 기관과 멘토 활동을 넘어, 실제 어떤 보육이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창업지원기업의 생존율, 고용, 매출 등의 변화는 추적하고 있다.

이제 ‘모두의 창업’에서는 도전과 보육의 과정을 더 촘촘히 연결해야 한다. 도전자의 출발 단계, 받은 보육과 멘토링, 시장검증, 아이디어의 변화, 창업과 후속투자까지 최소한의 공통 기준으로 축적하는 것이다. 지원 이후 성과뿐 아니라 성장에 이르는 과정까지 데이터로 남길 때 그 결과를 다음 사업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둘째, 생존과 성장까지 이어지는 핵심성과지표(KPI) 전환이 필요하다. 신청자와 창업기업 수는 중요한 성과다. 그러나 창업 자체가 정책의 종착점은 아니다. 창업 이후 얼마나 살아남고 성장했는지 긴 호흡의 설계가 필요하다. 영국기업은행(British Business Bank)의 2024년 스타트업 대출(Start Up Loans) 프로그램 성과평가에서는 지원기업의 5년차 생존율이 업종과 설립 시기 등이 유사한 비지원기업보다 4~26%포인트(p) 높았다. 자산과 고용 성장도 비교기업보다 높게 나타났다. 창업기업을 얼마나 만들었는지를 넘어, 지원 이후 생존과 성장까지 평가한 것이다.

‘모두의 창업’에서도 축적되는 경험을 토대로 향후 도전-창업-생존-성장을 연속해서 추적할 수 있는 성과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효과적인 KPI는 숫자를 많이 만드는 지표가 아니라, 정책이 만든 변화를 끝까지 보여주는 지표다.

셋째, 정부지원의 끝에서 민간투자와 시장이 시작돼야 한다. 민간투자로 이어지는 통로도 마련되고 있다. 이미 정부는 9월부터 142개 기술창업지원프로그램(TIPS) 운영사가 참여하는 ‘도전의 기업설명회(IR)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연내 300회 이상의 대면 IR을 열고, ‘모두의 창업’ 1차 일반·기술트랙 2라운드 진출자 500명도 보육기관 추천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민간 투자와 시장으로 연결해야

지금부터는 연결 그 자체보다 연결 이후 관리에 주목해야 한다. IR 횟수보다 실제 투자유치와 후속 연구개발(R&D), 첫 매출과 기업 성장으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봐야 한다. 정부지원은 첫 도전의 위험을 낮춘다. 그러나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만드는 것은 결국 고객과 시장, 민간자본이다. 공공재정이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이후 민간시장에서는 그 가능성을 검증하고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모두의 창업’은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냈다. 이제 그 도전을 데이터로 남기고, 전문적으로 보육하며, 가능성 있는 기업을 민간투자와 시장으로 연결할 차례다.

도전의 문은 넒게, 성장의 경로는 촘촘하게. ‘모두의 창업’이 하나의 지원사업을 넘어 K-창업생태계로 발전하는 길목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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