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110만대에 육박하면서 충전 인프라 시장의 경쟁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충전기 보급을 빠르게 늘리는 양적 확대를 넘어 가동 안정성과 출력, 장애 대응, 결제 편의성 등 실제 이용자가 체감하는 ‘운영 품질’이 사업자의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109만5218대로 전체 등록 자동차의 4.1%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보다 19만6117대 증가했다. 상반기 신규 등록 자동차 85만7000대 가운데 전기차는 19만9000대로 23%에 달했다.
충전 인프라도 빠르게 늘고 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8월 기준 전국에 구축된 전기차 충전기는 54만1567기로 지난해 말 46만9045기보다 7만대 이상 증가했다. 2020년 3만4714기와 비교하면 약 15배 규모로 확대됐다.
전기차와 충전기 보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충전 시장의 무게중심은 설치 대수에서 실제 운영 성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충전기가 설치돼 있더라도 고장이나 출력 저하가 발생하거나 인증·결제가 원활하지 않으면 이용자가 체감하는 충전 접근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도 충전기의 성능과 품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6년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사업 관련 보조금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충전기 성능에 따라 보조금이 차등 지급되고 최소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급속충전기는 전기차와 충전기 간 통신을 비롯해 내환경성과 출력, 에너지 효율, 커넥터 내구성 등을 평가한다. 핵심 부품인 파워모듈도 별도 성능평가를 거쳐 기준에 미달하면 보조금이 20% 감액된다. 보조사업자 평가 역시 운영사 중심에서 운영사와 제조사를 함께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제조 기술과 설치 이후 운영 역량의 중요성이 동시에 커지고 있다.
충전업계도 운영 품질과 서비스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전기차 급속충전 인프라 운영사업자(CPO) 채비(CHAEVI)는 충전기 개발·제조부터 설치, 관제, 운영과 유지보수까지 직접 수행하는 사업 구조를 구축했다. 직접 운영하는 충전시설과 공공 납품 물량을 포함해 국내 약 1만 면 규모의 급속충전 인프라를 구축·관리하고 있다.
전국 충전망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충전기 상태와 이용 수요를 파악하고 장애에 대응하는 한편 현장에서 확보한 운영 데이터를 다시 제품과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충전기 설치량이 늘어날수록 가동 안정성과 장애 발생 이후 정상화 속도 등이 CPO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차세대 충전 기술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채비는 ‘EV트렌드코리아 2026’에서 플러그 앤 차지(PnC)를 기반으로 커넥터 연결만으로 인증부터 충전·결제까지 이어지는 ‘바로채비’를 선보였다. 피지컬 AI를 활용한 충전로봇 실증 사례도 공개하며 자율충전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형 상용차와 물류 전동화에 대응하기 위한 초고속 충전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채비의 메가와트급 초고속 충전 플랫폼 ‘CHAEVI MCS(Megawatt Charging System)’는 최대 2.2메가와트(MW) 출력을 지원하도록 개발됐다.
채비 관계자는 “앞으로는 충전 과정의 편의성과 미래 기술까지 경쟁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라며 “충전 서비스부터 향후 모빌리티 환경에 대응하는 차세대 기술까지 충전 인프라의 변화 방향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