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HD현대重·한화오션 국산 화물창 실증 촉각
법률자문 두 차례 유찰 끝 태평양과 수의계약

세계 LNG운반선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조선업계가 정작 핵심 설비인 ‘화물창’에서는 외국 기술 의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올해 말 17만4000㎥급 LNG운반선 1척 발주를 추진하면서 국산 LNG 화물창이 대형선 실증 기회를 다시 잡게 됐다. 다만 첫 국산화 시도가 수천억원대 분쟁으로 번진 전력이 있어 가스공사는 기술과 계약 조건을 과거보다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연말 발주를 목표로 세부 사양과 입찰 방식을 검토 중이다. 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등 조선 3사도 관련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가스공사와 조선업계는 지난 4월 ‘국내 LNG 수송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신규 LNG선 발주 검토에 착수했다.
조선업계에는 단순한 1척 이상의 의미가 있다. 국내 조선 3사는 세계 LNG선 시장을 주도하지만 대형선 화물창은 프랑스의 LNG 화물창 기술 기업인 GTT 기술 의존도가 높다. 국산 화물창이 글로벌 선주에게 선택받으려면 대형선 운항 실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실적이 없어 채택되지 않고, 채택되지 않아 실적을 쌓지 못하는 구조가 이어졌다.
가스공사가 신중한 배경에는 1세대 국산 화물창 KC-1의 후유증이 있다. KC-1을 적용한 LNG선은 2018년 ‘콜드스폿’(결빙 현상) 문제 등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이후 가스공사와 삼성중공업, SK해운 사이 책임 공방이 수천억원대 소송으로 번졌고 현재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검증 범위를 크게 넓혔다. 화물창별 안전성과 적용성, 건조성, 품질, 일정 리스크를 비교한다. 엔진과 재액화설비도 함께 본다. 선가와 연료비, 증발가스(BOG), 탄소부담금을 반영한 경제성 평가와 선사 입찰 세부사양 검토도 과업에 포함됐다.
가스공사가 법률 검토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4억1250만원 규모의 법률자문 공개입찰은 두 차례 유찰됐다. 가스공사는 이후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법무법인 태평양을 자문사로 선정했다. 기술 문제가 다시 발생할 경우 가스공사와 해운사, 조선사, 화물창 기술사 사이의 책임 범위를 발주 단계부터 보다 명확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산 화물창 개발에 관여한 경험이 있는 한 업계 관계자는 “민간 선주가 검증된 기존 기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국산 기술의 첫 실적을 만들려면 결국 가스공사 같은 공기업이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신기술은 실패 가능성도 전제로 해야 한다”며 “실패했을 때 어느 한쪽에 수천억원의 피해가 집중되지 않도록 책임을 나누는 구조가 없다면 공기업 실무자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어렵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