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ODA 23% 급감 '사상 최대'⋯'무상원조' 지고 '전략투자'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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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등 주요국, 자국 산업·안보 챙기며 민간 중심 투자로 무게중심 이동
산업연구원 "韓, 제안형 ODA·개발금융 안착으로 원조 공백 선점해야"

(사진제공=산업연구원)

지난해 전 세계 공적개발원조(ODA)가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최대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요 선진국들이 전통적인 무상원조를 대폭 축소하는 대신 자국의 산업과 안보를 연계한 투자 및 개발금융으로 협력의 축을 이동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한국이 주요 공여국들의 철수로 발생한 원조 공백을 전략적으로 선점하려면 ‘제안형 ODA’의 실행 기반을 다지고, 한국형 개발금융의 제도적 안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은 13일 이런 내용을 담은 'ODA 축소 동향과 개발협력 재편 과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의 ODA 잠정 집계액은 1743억달러로 전년 대비 23.1% 급감했다. 이는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축 폭이다.

이번 ODA 급감의 주원인은 상위 공여국들의 지출 축소다. 독일(-17.4%), 미국(-56.9%), 영국(-10.8%), 일본(-5.6%), 프랑스(-10.9%)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감소분의 95.7%를 차지했다.

특히 미국은 원조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를 해체하는 등 단일국 기준 역대 최대인 약 380억달러를 삭감해 전체 감소분의 75.1%를 차지했다.

OECD는 올해에도 ODA가 6.9% 추가 감소해 3년 연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이번 축소가 일시적인 예산 재정비가 아닌, 개발협력의 주축이 전통적 원조에서 민간 투자와 개발금융으로 바뀌는 '구조적 전환'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양자 ODA 중 무상원조(-29.1%)와 인도적 지원(-35.8%)은 급감한 반면, 민간 부문 투자를 유도하는 민간지원수단(PSI)은 13.1% 늘었다.

다자 ODA에서도 국제연합(UN) 지원(-27.0%)은 대폭 줄어든 반면 세계은행(+6.4%)과 지역개발은행(+11.9%) 지원은 오히려 증가했다.

개발 프로그램·프로젝트·기술협력 등 현장 사업(-26.3%)이 위축되면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26.3%)와 최빈국(-25.8%) 등 취약 지역에 타격이 집중됐다.

주요 공여국들은 축소된 예산 속에서 자국 산업과 안보를 결합한 실리주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독일은 개혁안을 통해 기획 단계부터 자국·유럽 기업의 사업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경제협력 촉진’을 명시했다.

미국은 개발금융기관(DFC)의 권한과 우발채무한도를 2050억달러로 대폭 늘려 핵심광물·에너지 등 전략 분야 투자를 강화했다.

일본 역시 협력국의 요청을 기다리지 않고 자국 강점을 반영해 사업을 먼저 제안하는 ‘제안형 협력’과 정부안전보장능력강화지원(OSA)을 확대 중이다.

반면 한국의 2025년 ODA 잠정 실적은 38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감소폭이 2.3%에 그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규모를 유지했다.

그러나 투자 연계 역량은 여전히 취약하다. 2025년 잠정 기준 한국의 PSI 실적은 700만달러에 불과해 일본(10억1900만달러), 영국(7억4900만달러), 독일(6억7400만달러) 등 주요국에 비해 사실상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임소영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개발협력의 중심이 투자와 금융으로 이동하는 만큼, 한국형 개발금융의 통계·보고 체계와 법적 근거 등 제도적 안착이 시급하다"며 "협력국의 산업 정책과 국내 기업 데이터를 매칭해 사업을 먼저 제시하는 제안형 ODA 실행 기반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공여국이 떠난 원조 공백을 단기적 실익보다 장기적인 산업 파트너십 구축의 기회로 삼아 중견 공여국으로서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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