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제주 좌석 기준 90%→70% 완화·중동 전쟁 따른 의무 면제 등 요청에 기각 의견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 조건인 좌석 공급 유지 의무를 완화해달라고 요청한 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도중 관련 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한 혐의로 심의를 받는다. 공정위 심사관은 대한항공 법인과 직원 3명에 대해 고발 의견을 내고, 항공사들이 낸 좌석 유지 의무 변경 요청 2건에는 모두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진에어·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의 기업결합 시정명령 변경 요청 2건과 대한항공의 조사방해 혐의에 대한 심의 절차를 개시했다고 10일 밝혔다.
사무처는 각 사건의 조사 결과와 조치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이날 심의 대상 당사자들에게도 송부했다.
조사방해 혐의는 청주~제주 노선의 좌석 유지 의무를 완화해달라는 요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올해 2월 2~6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를 현장조사했다. 심사관은 대한항공 직원 3명이 조사 기간 중인 2월 2~4일 사건과 관련된 업무용 전산파일과 이메일을 삭제했다고 판단했다.
심사관은 이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조사방해에 해당한다며 대한항공 법인과 직원 3명을 각각 고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다만 고발과 시정명령 변경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심사보고서는 심사관의 판단과 조치 의견을 담은 문서로, 최종 결정은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뤄진다.
좌석 공급 의무를 완화해달라는 두 요청에도 심사관은 모두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국내·국제선 40개 노선에 운임 인상 제한과 좌석 공급 유지, 서비스의 불리한 변경 금지 등의 조건을 부과했다. 노선별 연간 공급 좌석 수는 원칙적으로 2019년의 90% 이상을 유지하도록 했다. 다만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발생하면 시정명령 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5개 항공사는 청주~제주 노선에 외부적 요인으로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발생했다며, 해당 연도 공급 좌석 수가 2019년의 70% 이상이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심사관은 시정명령을 최종 확정한 2024년 12월 24일 이후 해당 노선의 의무 이행을 어렵게 하는 새로운 사정이 생겼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와 별개로 항공사들은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환율 급등 등으로 전반적인 항공여객 수요가 위축됐다며, 시정명령 대상 전체 노선의 올해 좌석 유지 의무를 면제하거나 완화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심사관은 발권 내역을 바탕으로 노선별 올해 전체 항공여객 수요를 추정한 결과, 전 노선에 걸친 전반적인 수요 위축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봤다. 시정명령을 바꿔야 할 중대하거나 불가피한 사정변경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요청에도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면 의견 제출과 증거자료 열람·복사, 의견 진술 기회 등을 통해 당사자들의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하고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판단을 내릴 계획”이라며 “기업결합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항공여객운송 시장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