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셸턴, 4시간 28분 혈투 끝 US오픈 4강

US오픈 남자 단식 디펜딩 챔피언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8강에서 벤 셸턴(미국)에게 충격패하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세계랭킹 2위 알카라스는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US오픈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셸턴에게 2-3(7-6<7-5> 1-6 3-6 6-1 6-7<7-10>)으로 졌다.
알카라스는 접전 끝에 첫 세트 타이브레이크를 따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셸턴의 강한 서브와 공격적인 플레이에 밀린 데다 포핸드 범실이 늘면서 2세트를 1-6으로 내줬다.
알카라스는 한때 9게임을 연속으로 빼앗기며 흐름을 완전히 내줬고, 3세트마저 3-6으로 잃어 탈락 위기에 몰렸다.
4세트에서는 반격에 성공했다. 알카라스는 셸턴의 서브를 연이어 공략하며 6-1로 세트를 가져가 승부를 마지막 5세트까지 끌고 갔다.
알카라스의 몸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그는 4세트가 끝난 뒤 수건에 구토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약 4개월 반 동안 손목 부상으로 코트를 떠났다가 이번 대회에서 복귀한 만큼 긴 경기에서 체력적인 부담을 드러냈다.
두 선수는 마지막 세트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지키며 6-6으로 맞섰다. 승부는 10점을 먼저 얻는 매치 타이브레이크에서 갈렸다.
팽팽한 흐름 속에서 셸턴이 10-7로 타이브레이크를 가져가며 4시간 28분에 걸친 혈투를 끝냈다. 알카라스는 1세트를 먼저 따내고 4세트에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오후 11시 5분에 시작해 다음 날 오전 3시 33분에 끝났다. 이는 US오픈 역사상 가장 늦은 시각에 종료된 경기로 기록됐다. 새벽까지 경기장을 지킨 홈 관중은 셸턴을 향해 미국을 연호하며 응원을 보냈다.
메이저대회에서 미국 선수를 상대로 13전 전승을 기록하던 알카라스는 셸턴에게 첫 패배를 당했다. 이번 대회 2연패와 개인 통산 8번째 메이저 우승 도전도 8강에서 멈췄다.

셸턴은 강력한 서브뿐 아니라 안정적인 리턴과 끈질긴 수비로 알카라스와의 장기전을 버텨냈다. 마지막 타이브레이크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의 선수 경력에서 손꼽는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셸튼은 “전쟁과도 같은 육체적인 경기였다”며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즐겼던 경기”라고 말했다. 새벽까지 경기장을 지킨 관중과 가족, 코치진의 응원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고도 했다.
알카라스는 “3세트가 끝난 뒤 체력적으로 매우 지쳤지만, 다시 힘을 끌어냈다”며 “승리하지 못했다고 실망하지 않는다. 끝까지 싸운 내가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웃으면서 건강하게 코트를 떠난다”며 부상 복귀 후 치른 이번 대회에 의미를 부여했다.
셸턴은 준결승에서 같은 미국 선수인 프랜시스 티아포와 맞붙는다. 미국 남자 선수가 메이저대회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앤디 로딕이 정상에 오른 2003년 US오픈이 마지막이다. 두 선수 가운데 한 명이 결승에 진출하면서 미국 남자 테니스는 23년 만의 메이저 우승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