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도 제조 AI·로보틱스 인재 확보전
관리직 중심 인사→기술인재 중심으로 무게 이동

AI가 기업의 인재 지형도 바꾸고 있다. 과거 임원과 관리직 중심이던 기업의 인사·보상 체계가 반도체와 AI, 소프트웨어(SW), 로보틱스 등 핵심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기술 인재 확보 여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채용부터 성과 보상까지 인사 시스템을 다시 짜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올해 초 초과이익성과급(OPI)으로 연봉의 47%를 지급했다. 지난해 14%에서 크게 뛰었다. 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업황 개선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성장의 성과가 임직원 보상으로 연결된 것이다.
보상 공식 자체도 달라지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는 올해 DS부문에 기존 OPI와 별도의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기로 했다. 사업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하며 지급률 상한을 두지 않는 구조다. 특별성과급은 자사주로 지급해 회사의 장기 성장과 임직원 보상을 연계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재원으로 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의 지급 상한을 폐지했다.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는 PS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방안까지 제시됐다. AI 반도체 호황으로 이익 규모가 커지면서 성과를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배분할지가 기업 노사관계의 핵심 의제로 올라선 셈이다.
기술 인재 중심의 변화는 반도체 업계에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에서도 기계·생산 중심의 전통적인 인재 구조가 AI·SW·로보틱스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소프트웨어 정의 공장(SDF), 제조 AI, 제조 로보틱스, 제조 물류지능화 등 4개 분야의 경력직을 집중 채용했다. 하반기 신입 채용에서도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AI,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 인력 확보에 나섰다.
인재를 선발하는 기준도 바뀐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신입사원 채용부터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했다. 학력보다 AI 시대에 필요한 직무 역량과 잠재력을 보겠다는 취지다. 현대차·기아도 채용 연계 프로그램인 ‘소프티어 부트캠프’를 AI 엔지니어 육성 중심으로 개편했다.
AI 시대 기업의 경쟁은 자본과 설비를 넘어 ‘누가 핵심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붙잡느냐’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와 제조업까지 AI 전환에 나서면서 기술 인력의 몸값 상승은 특정 업종의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국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는 기업 내부의 인력 양극화를 키울 가능성도 있다. AI와 반도체 핵심 직무에는 투자와 권한이 집중되는 반면 반복 업무와 범용 직무의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인재 확보전이 외부 영입에만 머물면 기존 인력과의 역량 격차도 커진다. AI 시대의 기업 경쟁력은 소수의 스타 엔지니어를 몇 명 확보했느냐보다 이들의 기술을 조직 전체의 생산성과 사업으로 연결하는 체계를 갖췄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