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향후 5년간 한국과 프랑스가 각각 5억 유로를 영화·영상산업에 투자하는 ‘뤼미에르 파트너십’을 출범시켰다.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AI) 확산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으로 영화·영상산업이 대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인간 중심의 AI 활용과 극장 생태계 회복, 독립영화 지원, 로컬 콘텐츠와 글로벌 플랫폼 간 상생을 새로운 산업 원칙으로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프랑스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 개막연설에서 “영화영상산업의 번영과 상생을 위한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이니셔티브의 출범을 알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뤼미에르 파트너십으로 명명될 이 협력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과 프랑스가 영화·영상산업 분야에 각각 5억 유로, 한화로 약 8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구상은 한국이 제안하고 프랑스가 호응해 마련됐다. 양국은 자국 영화·영상산업 활성화를 위한 투자뿐 아니라 공동투자와 공동제작에도 나선다. 이 대통령은 “로컬 콘텐츠의 글로벌 무대 진출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이 파트너십이 양자 관계를 넘어 세계로 확장돼 전 세계 영화·영상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비추는 빛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영화·영상산업이 직면한 핵심 과제로 극장의 위기와 AI 확산, 독립영화 생태계 위축, 글로벌 OTT와 로컬 산업 간 상생 문제를 꼽았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에 대해선 기술 혁신을 적극 활용하되 인간 중심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많은 인력과 큰 비용,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한두 명의 창작자가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규모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면서도 일자리 감소와 배우 초상·음성 복제, 저작권과 AI 학습 데이터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지난 7월 발표한 ‘샌프란시스코 AI 선언’을 언급하며 “인공지능이 더 책임 있고 인간 중심적으로 발전하며, 그 성과가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는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영화·영상산업은 인간의 창의성에 기반한 동시에 인간의 감성에 맞닿아야 하는, 어느 산업보다 인간이 중심에 있는 산업”이라며 “창작 과정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 중심의 가치 위에서 인간의 성장을 돕기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도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서 인간과 AI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코로나19와 OTT 확산 이후 침체된 극장 산업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인당 극장 관람횟수가 4.3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팬데믹 이후 크게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기술을 접목한 특별관 확대와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제를 통한 관객 유입 노력을 거론하면서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기억하고 사랑하는 극장의 모습을 다음 세대에게도 이어주려면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가 있는 좋은 영화들을 더 많이 제작·유통하고, 젊은 세대들의 극장 경험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많은 독립영화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새로운 실험이 계속될 수 있도록 국가적 지원과 다자주의적 협력을 이어가야 한다”며 “대한민국도 독립영화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 글로벌 영화·영상 생태계의 성장을 이끄는 데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 OTT의 확산에 대해서는 로컬 콘텐츠의 해외 진출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을 평가하면서도 로컬 방송사와 콘텐츠 제작사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짚었다.
이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과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드라마 ‘킹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을 언급하며 한국 고유의 독창성을 지닌 콘텐츠가 기술과 산업의 발전과 결합하면서 세계적인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글로벌 OTT의 등장은 로컬 콘텐츠의 글로벌화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서도 “로컬 방송사의 영향력 축소, 로컬 콘텐츠 제작사와 글로벌 OTT의 상생 문제는 우리가 함께 답을 찾아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국경과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인류가 공감할 수 있는 로컬 콘텐츠 제작을 선도하는 동시에 로컬과 글로벌의 상생과 공존이 전 세계 영화·영상산업의 제1원칙으로 자리 잡도록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영화·영상산업이 과거 텔레비전과 케이블TV, 비디오, 코로나19 등 수차례 산업 환경 변화 속에서도 혁신을 통해 성장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변화의 시기마다 새로운 것이 기존의 것을 대체할 것이라 여겼지만 결과는 꼭 그렇지 않았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뛰어난 창의성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이날 ‘영화 그리고 영상물의 미래에 관한 뤼미에르 선언’도 채택했다. 선언에는 작품 중심의 창작 생태계 조성, 관객의 관심에 대한 책임 있는 접근, 창작과 혁신에 대한 투자 확대, 작품 다양성 보호 등의 원칙이 담겼다. 양국은 앞으로 이 같은 원칙을 바탕으로 영화·영상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을 이어가고 이행 성과도 함께 점검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