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한 "경기도 파산이면 충북은 전시상황"…지방소비세 25.3→40.3% 공감

8월26일 청와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법인세 5%'를 꺼냈다. 7일 충북도청에서는 같은 카드를 다른 광역단체장 앞에 다시 올려놓았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이날 신용한 충북도지사와 지방재정 개편 방안을 논의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표현은 "다시 말씀드렸다"였다.
7일 이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추 지사와 신 지사는 충북도청에서 지방재정 여건과 세입 확충, 산업기반시설 부담, 국가직 소방공무원 재정 문제 등을 논의했다.
추 지사는 "경기도와 충북은 규모는 다르지만 처한 문제는 닮아 있다"고 적었다.
그가 본 공통점은 산업이다. 충북은 청주를 중심으로 SK하이닉스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반도체·바이오·이차전지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경기도 역시 반도체와 첨단산업이 집중된 지역이다.
질문은 기업을 몇 개 유치했느냐에서 한 걸음 더 들어갔다. 기업이 커질수록 필요한 도로와 전력 등 인프라의 부담은 누가 지고, 그 성장에서 나온 세금은 어디로 가느냐다.
추 지사는 "도로, 전력 등 산업기반시설의 부담은 광역정부가 크게 지고 있지만 기업성장에 따른 세수효과는 광역정부에 충분히 돌아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구조는 이렇다. 광역단체는 산업단지 조성과 교통 인프라에 재정을 넣지만, 기업 이익에서 나오는 법인세는 국세다. 법인지방소득세는 기초자치단체 세입으로 들어간다. 산업이 커질수록 광역행정 수요는 늘어나는데 세입이 광역정부로 연결되는 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꺼낸 숫자가 5%다.
추 지사는 "국세인 법인세의 일부를 지방에 배분해 광역정부에도 재원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자고 다시 말씀드렸다"며 "신용한 지사님도 법인세의 5%를 지방에 배분하는 방향에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다시'가 가리키는 시점은 8월 26일이다.
추 지사는 이 대통령 주재 제10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지방주도 성장 방안으로 △지방소비세율 인상 △법인세 5% 광역단체 배분 △담배 부과 지방교육세의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 전환을 공식 제안했다. 당시 경기도 공식안에 적힌 지방소비세율 목표는 현행 25.3%에서 40%였다.
이번 충북 회동에서는 숫자가 하나 달라졌다. 40.3%다.
추 지사는 "현재 25.3% 수준인 지방소비세율을 단계적으로 40.3%까지 높여 지방이 스스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고, 신용한 지사 역시 이 방향에 동의해 주셨다"고 밝혔다.
12일 사이 0.3%포인트가 붙었다. 현행 25.3%와 비교하면 정확히 15%포인트 인상이다. 다만 40%에서 40.3%로 조정된 산출 근거나 협의 과정은 공개된 자료로 확인되지 않는다.
방향은 같다. 부동산 거래에 민감한 취득세 의존도를 낮추고 소비를 기반으로 한 지방소비세를 키워 안정적인 자주재원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경기도가 8월 31일 공개한 재정위기 극복 전략에서도 지방소비세율을 임기 내 40%까지 높이고 법인세 5%를 광역정부 재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핵심 과제로 다시 제시했다. 도는 지방소비세율 40%가 현실화하면 연간 약 1조4000억 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충북의 반응은 원론적 동의에 그치지 않았다.
신 지사는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추 지사가 제안한 지방재정 개편 방향을 토대로 충북에서도 별도 준비회의를 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가 내놓은 논리를 충북이 자체적으로 검토했다는 뜻이다.
표현은 더 직접적이었다. 신 지사는 "경기도가 파산 상태라면 충북은 전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률상 지방정부의 파산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충북이 체감하는 재정 압박을 강조한 비유다.
두 지사는 정부의 재정운용 방향과 맞닿는 지점도 짚었다. 정부는 8월21일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해 청년과 성장동력, 지방, 교육·인재 등 4대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래대응기금과 추 지사의 세제개편안은 서로 다른 제도지만, 지역이 미래 성장에 필요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는 지점에서는 겹친다.
소방재정은 세 번째 축이다.
추 지사는 소방공무원이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된 뒤에도 인건비와 조직 운영 재정 대부분을 광역정부가 부담하는 구조를 문제 삼아왔다. 8월 26일에는 일몰 예정인 담배 부과 지방교육세를 소방분 지역자원시설세로 전환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국가가 지원하는 소방안전교부세가 실제 인건비 부담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는 논리였다.
이번 회동에서도 추 지사는 국가직 전환과 국가 역할 확대에 맞춰 인건비와 조직 운영 재정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 역시 추경 과정에서 소방 인건비 부담을 겪고 있다는 게 신 지사의 설명이다. 다만 일몰 예정 재원을 소방재원으로 쓸지 주거복지 재원으로 돌릴지를 놓고는 어느 쪽이 지방에 실질적으로 유리한지 더 따져보기로 했다.
이 행보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따로 있다.
추 지사는 7월21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지방재정 개편을 주요 의제로 내걸었다. 그러나 8월11일 출마를 재검토했고, 14일 제61차 총회에서 제19대 회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박찬대 인천시장이었다.
직함은 얻지 못했다. 의제는 내려놓지 않았다.
12일 뒤인 8월 26일 대통령과 전국 시·도지사가 모인 자리에서 법인세 5%와 지방소비세 확대를 공식 제안했고, 이후 대전에서 허태정 시장과 지방재정 해법을 논의한 데 이어 이날 충북을 찾았다. 협의회라는 조직 대신 개별 광역단체장을 한 명씩 만나 공감대를 넓히는 방식이다.
경기도 안팎의 대응도 두 갈래로 갈린다. 도 안에서는 8월 5일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1355개 사업을 재검토해 5465억 원을 구조조정한 제2회 추경안을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 밖에서는 세입구조 자체를 바꾸자고 요구하고 있다.
법인세 5%와 지방소비세 40.3%, 소방재정 개편은 경기도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국세와 지방세 배분구조를 건드리는 사안이라 정부의 정책 결정과 국회 입법이 뒤따라야 한다.
추 지사도 페이스북 글을 그 지점에서 맺었다. 그는 "경기도와 충북 모두 지금의 지방재정 구조로는 지역의 산업과 미래를 제대로 설계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했다"며 "각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함께 정부와 국회에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신 지사는 "지방 주도 성장과 미래 대응을 위해 지역이 스스로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정 기반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방재정 자율성과 자주재원을 확대할 지방세제 개편 방안을 계속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