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주 연체 시 다른 가구원 연체율 11.1%…전체 평균 10배
고차입 주택구입가구, 금리 1%p 오르면 연체율 0.81%p ↑

무리하게 빚을 내 집을 산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가구는 상당수가 중·고소득층임에도 금리 상승 충격에 취약계층인 저소득층과 유사한 수준의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본격화된 금리 인상 기조 속 가구 내 한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해 연체에 빠질 경우 가족 구성원까지 빚 부담에 묶여 동반 부실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7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가구DB를 이용한 가계부채 리스크 평가’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주가 연체 중인 가구에서 다른 가구원이 함께 연체하는 '조건부 연체율'은 11.1%에 달했다. 이는 전체 가계의 평균 연체율(1.1%)의 10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번 조사는 한은이 국내 206만 가구에 대한 부채·자산·소득·지출을 추적하는 대규모 패널 데이터(가구DB)를 자체 구축해 도출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집을 구입하기 위해 소득 대비 큰 빚을 낸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 상위 10%)'의 신용위험이 유독 두드러졌다. 금리가 1.0%포인트(p) 상승하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을 가정할 경우 고차입 가구의 연체확률은 0.81%p 뛰었다. 이는 2025년 말 기준 기존 주택보유가구의 실제 연체율(2.01%) 대비 상당한 폭으로, 기존 주택보유가구(+0.52%p)나 일반 주택구입가구(+0.54%p)의 연체 상승폭을 크게 웃돈다.

해당 가구는 가족 간 부실 전이에도 취약했다. 고차입 주택취득가구에서 가구원 한 명이 연체할 경우 12개월 이내에 다른 가구원이 연체할 확률은 8.8%로, 기존 주택보유가구(4.6%)의 1.9배에 달했다. 이는 고차입 가구의 신용위험이 차주 개인의 문제를 넘어 가구원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장훈 한은 경제연구원 금융통화연구실 과장은 고차입 주택구입 가구 리스크에 주목한 배경에 대해 "단순 다액 채무자 역시 금리 상승에 취약하지만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는 3명 중 2명(71%) 이상이 소득 3분위 이상의 중·고소득층"이라며 "이들의 금리 충격 취약성은 저소득 2분위 가구(0.83%p)와 유사한 수준이다. 사실상 금리 인상 시 저소득층과 거의 유사한 수준의 타격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빚 부담은 실물 소비 위축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DSR)이 46%를 넘어설 경우 소비가 둔화세를 넘어 순감소로 돌아서는 ‘임계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2025년 기준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11.1%가 이미 이 임계점을 초과해 소비에 제약을 받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저소득층(1분위 계층) 중 임계치를 넘긴 가구 비중은 2021년 11.4%에서 2025년 14.5%로 확대됐다.
한은은 다만 차입가구 전체로 볼 때 거시건전성 체력은 유지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기준금리가 25bp 오를 때 전체 가구의 연체비율은 3.35%에서 3.62%로 0.27%p 오르는 데 그쳤다. 장 과장은 "전반적인 연체 상승폭은 기존과 비교해 대체로 안정적인 흐름"이라며 "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완화해 중장기적으로 금융 안정에 기여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한은은 이번 결과를 토대로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를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은 측은 "고차입 주택취득가구는 집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부채를 크게 확대해 금리 상승에 따른 연체 위험이 여타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크고, 가구원 한 명이라도 부실화되면 여타 가구원으로 위험이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면서 "해당 가구 위험이 여타 부문으로 증폭되지 않도록 '가래 대신 호미로 막기 위한' 선제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