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원가 부담에도 원료 카카오 함량 72%로 높여 ‘벨지안 초콜릿’ 리뉴얼
빙과 시장 침체 속 프리미엄 ‘나홀로 성장’… 불황 뚫는 ‘스몰 럭셔리’ 공략
장재형 상무 “가격보다 소비자 경험 우선… 장기 계약으로 원료 안정 수급”

글로벌 카카오 가격 폭등으로 빙과업계 전반에 원가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가 대표 제품 리뉴얼과 대규모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앞세워 정면 돌파에 나섰다. 불황 속에서도 감각적 만족을 추구하는 2030 세대의 '스몰 럭셔리' 수요를 정조준해 초프리미엄 시장 굳히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코너가든에 마련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하겐다즈의 팝업스토어 현장. 골목 한가운데 정박한 거대한 크루즈 선박 형태로 연출된 입구에 들어서자 탑승 수속을 위한 전용 여권이 손에 쥐어졌다. 전 세계적인 카카오 가격 폭등으로 제과·빙과업계 전반에 원가 압박이 가중되는 가운데, 하겐다즈가 오프라인 체험 공간과 대표 제품 리뉴얼을 앞세워 2030 세대를 겨냥한 초프리미엄 시장 수성에 나섰다.
하겐다즈는 이날 미디어 대상 사전 행사를 열고 5일부터 13일까지 9일간 팝업스토어 ‘더 하겐 크루즈(The Häagen-Cruise)’를 정식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번 팝업스토어의 핵심은 하겐다즈의 새 글로벌 브랜드 캠페인 슬로건 ‘Deliberately rich’를 오감으로 풀어낸 ‘슬로우 럭셔리(Slow Luxury)’다. 제품을 빠르게 소비하는 대신 엄선한 원재료로 완성한 밀도 높은 맛과 질감, 여운까지 천천히 음미하는 경험을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현장은 목적지보다 이동 과정의 여유를 즐기는 크루즈 여행의 동선을 그대로 따랐다. 방문객은 1층 조타실에서 브랜드 영상을 시청하고 서랍형 전시 공간에서 대표 플레이버를 탐색한 뒤 객실을 재현한 휴식 공간을 거친다. 1층 미션을 마친 뒤 2층 라운지 바에 오르면 이번 행사의 주인공인 리뉴얼 ‘벨지안 초콜릿’을 맛볼 수 있다. 사전 예약 고객에게는 대형 화면과 선베드로 조성한 오션뷰 덱에서 대표 플레이버 6종을 애프터눈 티 형태로 제공한다.
하겐다즈가 이날 현장에서 가장 공을 들여 선보인 제품은 최근 레시피를 업그레이드한 ‘벨지안 초콜릿 파인트’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원료다. 리뉴얼 제품에 들어간 초콜릿 원료는 카카오 함량을 72%까지 높였으며 완제품 기준 총 카카오 함량은 11.8%에 달한다. 차가운 아이스크림 속에서도 카카오 고유의 쌉싸름한 풍미와 질감이 또렷하게 살아나도록 배합비를 다시 짰다.
원자재 가격 급등 국면에서 초콜릿 함량을 오히려 높인 배경에 대해 하겐다즈 측은 ‘품질 우선주의’를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장재형 하겐다즈코리아 마케팅 상무는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원가 부담이 발생하더라도 가격 자체보다 해당 가격에서 소비자가 경험하는 품질과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매년 경쟁 제품과 지속 비교해 품질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원가와 무관하게 제품 개선을 단행한다”고 설명했다.
원재료 수급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해에는 글로벌 카카오 가격 상승과 수요 증가가 겹쳐 원재료 확보가 쉽지 않았고 재고 운영도 타이트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원재료를 연간 단위 장기 계약 등으로 확보하고 있는 만큼, 올해는 지난해 대비 수급 상황이 개선돼 현재까지는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하겐다즈의 이번 행보를 두고 치솟는 원가 압박 속에서 내놓은 ‘역발상 프리미엄 전략’으로 평가한다. 일반 양산형 아이스크림 시장은 저출생과 대체 디저트 확대로 축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시장은 경기 불황 속에서도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한국하겐다즈 역시 연매출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며 시장 1위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장 상무는 “시장조사 데이터를 보면 전체 아이스크림 시장은 감소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은 오히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전체 소비량은 줄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확실한 하나’를 선택해 만족을 얻으려는 이른바 ‘스몰 럭셔리’ 소비 트렌드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크루즈 여행은 목적지에 빨리 도달하기보다 이동하는 과정 자체를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 방식”이라며 “하겐다즈 역시 아이스크림을 단순히 빠르게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천천히 음미하며 완성도 높은 맛을 체감하는 ‘슬로우 럭셔리’ 이미지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하겐다즈는 이번 팝업을 기점으로 개별 신제품 홍보에 집중하던 기존 마케팅 방식에서 탈피해 브랜드 본연의 철학을 알리는 장기 캠페인에 돌입할 계획이다. 7월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론칭한 글로벌 캠페인 ‘Deliberately Rich’를 제품 개발과 브랜딩 전반에 지속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